최현배·오영수·엄대섭 등 글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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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년 전 울산 출신 서울 유학생들이 만든 <문수봉> 창간호. 한국전쟁 이후 지식인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최장락 시인 제공] |
[헤럴드경제(울산)=박동순 기자] 해방 이후 한국전쟁의 상흔까지 점철됐던 1958년, 고향 울산을 떠나 서울에서 향학열을 불태웠던 유학생들의 치열한 열망을 담은 회지 <문수봉(文殊峰)> 창간호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울산 지역에서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장락 시인이 최근 경매를 통해 확보했다.
국판 크기(150×210㎜) 151쪽에 논단과 문예로 구성된 <문수봉>은 한국 화단의 거목 천경자 화백이 표지를 장식했으며,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민주주의와 나라 운수’, 단편 문학의 거장 난계 오영수의 ‘화산댁이’, 우리나라 도서관 운동의 선구자 간송 엄대섭의 ‘애향운동’, 서석지 당시 군수의 ‘울산군의 농촌 실정과 진흥책’ 등이 실려있다.
또 정치·법조계의 거물들 이름도 보인다. 7선 국회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닌 정해영 의원을 비롯해 당시 학생이었던 안우만 전 법무부 장관, 차화준 전 국회의원 등 훗날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울산 인재들의 청년 시절 사유가 이 한 권에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참여 인물들의 면면만으로도 현대 한국사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발전을 꿈꾼 청년 지식인들의 절규가 68년의 세월을 넘어 이 시대에 전하는 듯한 글도 있다.
당시 서울대 4학년생이던 이원은 ‘선거에 대한 주권자의 태도’라는 논고에서 “우리 민족은 수천년간 귀족적 왕도 정치의 채찍 아래 시달리고, 제국주의 일본의 무자비한 무단 정치의 총칼 앞에 살과 피를 빼앗긴 쓰라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언제부터인지 복종을 미덕으로 삼고 지배자의 강압적인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기만 하는 무기력한 민족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책을 공개한 최장락 시인은 “이 책은 폐허 속에서도 배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울산 청년들의 꿈과 자존심, 그리고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열망이 담긴 소중한 기록”이라며 “울산사람의 자부심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