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약효 평가, 단기임상으론 한계…콜린알포, 48주 개선 효과 확인

복약기준 준수 환자군(PPS)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인지기능 개선 관찰
전문가 “진행 느린 질환 특성상 관찰 기간 고려한 균형 있는 평가 필요”
고가 주사제 대비 안전성·비용 부담 낮은 경구 치료 옵션 가치 재주목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에서 복약기준을 준수한 참여자 집단(PPS)과 보조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관찰되면서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평가 기준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이전 단계로, 일부 인지기능은 저하됐지만 일상생활 기능은 상당 부분 유지되는 상태다. 환자별로 원인과 진행 양상이 다양하고 질환 진행 속도도 느려, 48주 수준의 임상시험에서는 시험군과 위약군 사이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지기능이 아직 비교적 양호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48주 동안 인지기능 유지·개선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단계에서도 1차 유효성 평가를 위해 최소 18개월(78주) 이상 추적관찰이 표준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에서도 사전에 설정된 1차 평가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복약기준을 준수한 참여자 집단(PPS)에 대한 분석과 보조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특히 치료 기간과 복약 순응도가 증가할수록 개선 폭이 확대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경도인지장애처럼 변화 폭이 작고 진행 속도가 느린 질환에서 48주의 짧은 임상시험만으로 유의미한 개선 신호가 확인된 점을 재평가의 근거로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항체치료제 신약인 레켐비 사례를 보더라도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임상에서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레켐비는 퇴행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78주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 주요 평가지표(CDR-SB)의 점수 차는 -0.45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초기 치매 영역에서는 절대적인 평가 점수보다 질환 진행을 늦추는 효과 자체가 치료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번 임상재평가는 48주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복약기준을 준수한 참여자 집단과 보조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도 “이번 결과는 장기간 임상시험이 이뤄질 경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인지기능 유지·개선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치매 검진 모습.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헤럴드DB]


또한 레켐비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치료 효과와 별개로 비용 부담과 환자 접근성 한계도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으며, 1년 약값만 약 3000만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아밀로이드 PET 검사, 부작용 관리를 위한 정기 MRI 검사 비용이 더해지면 실제 부담액은 더 커진다. 고령 환자가 반복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현실적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이 높고, 선별급여 적용 이후에도 고가 신약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다. 특히 은행엽제제와 니세르골린 등 대체 약제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 복용 가능한 경구 치료 옵션은 치매 전 단계 환자 관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장기 데이터도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적 의미를 뒷받침한다. 2025년 51만명 규모의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콜린 복용군이 비복용군보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10.1%, 혈관성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16.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는 질환 진행이 느려 단일 임상 지표만으로 약제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존 경구용 치료제의 접근성과 장기 사용 경험도 함께 평가해야 하며, 초고령사회에서 치매 전 단계 환자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치료 옵션을 어떻게 유지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균형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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