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ILO 총회서 “과도한 성과급 요구, 기업 동력 저해”

ILO 총회서 한국 경영계 대표 연설
“일방 부담 지우는 사회적 대화 지속가능하지 않아”
“정규직 보호·획일적 근로시간제 개선 필요”
“AI 전환기, 협력적 노사관계가 핵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38회 한국노사협력대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총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인공지능(AI) 전환기에 맞는 노동시장 제도 개선과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국내 주요 기업 노조의 높은 성과급 요구를 언급하며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1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ILO 총회에서 한국 경영계 대표로 연설했다. 이번 총회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이 각각 정부·노동계 대표로 참석했다.

손 회장은 연설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급속한 기술혁신과 AI의 진보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경제 구조의 큰 변혁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의 확산에 대해서는 산업 전반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일하는 방식 변화에 따른 우려도 존재한다고 봤다. 손 회장은 “AI는 기존의 거의 모든 산업과 융합하여 새롭고 폭넓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지만, 기업이 혁신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을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기업가 정신이 확산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꼽았다. 그는 “인류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AI 혁신을 위한 강력한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가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 아지트 앞에서 열린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 사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남=윤창빈 기자


이를 위해 낡은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한국의 경우, 강력한 정규직 보호, 획일적 근로시간제도 같은 지나치게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를 유연하게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AI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시장 전환 지원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기업과 근로자가 새로운 AI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지원과 직업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가 일자리 구조와 업무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도와 교육 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다.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는 협력적 관계 구축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AI 발전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고 도전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요 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거론했다. 손 회장은 “최근 한국의 주요기업 노조들이 지나치게 높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부분 고임금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무리한 요구는 노사관계 악화뿐 아니라, 기업 장기성장동력을 저해하고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대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균형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사회적 대화 역시 일방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대화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는 기업의 혁신 지원과, AI 시대에 대비한 노동시장 전환을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고용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노동조합도 과도한 요구는 자제하여, 노사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ILO를 향해서도 각국 노동시장 여건의 차이를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ILO도 각국의 노동시장 주체들이 자국 상황에 맞춰 혁신을 지속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제노동기준 수립시 각국의 다양한 환경과 자율성을 균형있게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ILO 총회는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187개 회원국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해 협약 및 권고 이행 상황, 플랫폼 경제 관련 국제노동기준 마련, 사회적 대화, 양성평등 등을 논의한다.

손 회장은 총회 참석 이후 11~12일 독일을 방문해 산업전환 과정에서의 노사정 협력 방안도 모색한다. 독일 방문에는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국회 기후환경에너지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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