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포스텍 연구팀, 코로 흡입하는 ‘뇌종양 치료제’ 개발한다

경구 항암제, 나노입자에 결합해 비강 투여
낮은 용량으로 면역억제 부작용 최소화 가능


양승호(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박성민 포스텍 IT융합공학과 교수, 김원종 포스텍 화학과 교수.[서울성모병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난치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치료의 최대 장벽으로 꼽히는 ‘혈액-뇌 장벽’을 우회해, 항암제를 종양 부위까지 정밀 전달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1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양승호 교수, 포스텍 IT융합공학과 박성민 교수, 포스텍 화학과 김원종 교수 공동연구팀은 코를 통해 항암 나노입자를 투여한 다음, 자기장으로 악성뇌종양 교모세포종까지 정밀 유도하는 새로운 약물 전달 방식을 개발해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유의한 생존 연장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성인 원발성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원발성 중추신경계 악성 종양의 약 65%를 차지하는 난치성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서도 10년 생존율이 5.3%에 그칠 만큼 예후가 극히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약물 자체를 새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약물이 뇌종양까지 도달하는 경로를 바꿨다는 데 있다.

현재 교모세포종 치료의 핵심 약물인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는 경구 투여 약제로, 투약 후 치료 효율이 낮고 면역억제 등 전신 부작용도 뒤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뇌를 보호하는 혈액-뇌 장벽(BBB)이 약물 침투를 가로막는 것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두 가지 아이디어의 결합이었다. 뇌와 직접 연결된 후각신경이 코에서 뇌 실질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통로가 된다는 점, 그리고 자성을 띤 나노입자는 외부 자기장으로 이동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테모졸로마이드(TMZ)를 약 56nm 크기의 초상자성 산화철 나노입자(SPION)에 결합한 복합체(TMZ-SPION)로 합성해 코를 통해 투여한 뒤, 경두개자기자극(TMS)을 활용해 뇌종양 부위까지 유도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세포 실험에서 TMZ-SPION 복합체는 기존 약물과 동등한 종양 세포 사멸 효과를 보였으며,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나노입자가 종양세포 핵 내부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는 교모세포종 모델 마우스에 해당 복합체를 투여해 90일간 생존을 추적한 결과, 중앙 생존 기간은 각각 27일(대조군), 51일(복합체 단독 투여군), 72일(복합체 투여 후 경두개자기자극 적용군)의 결과를 보였다.

이는 아무런 치료를 진행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복합체 투여 후 경두개자기자극 적용군의 경우 약 2.7배, 단독 투여군도 약 1.9배의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보이는 결과였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투여 용량이다. 병용군에 사용된 약물 용량은 기존 경구 표준 투여량의 약 5.6% (1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생존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이자 대한나노의학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양승호 교수는 “비침습적인 코를 통한 투여 경로와 경두개자기자극을 결합한 이 방식은 혈액-뇌 장벽을 효과적으로 우회하면서도 전신 면역억제 등 기존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교모세포종을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약물 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Drug Delivery and Translational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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