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퇴직 후 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11일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법률 자문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된 권순일 전 대법관이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전 대법관 대해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11일 이같이 선고했다. 공소기각은 재판 제기 절차에 문제가 있어 범죄 성립 여부 등 실체 판단 없이 사건을 그대로 종결시키는 절차다.
김 부장판사는 “사법경찰의 적법한 수사개시 및 1차 종결권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검사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변호사법 위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건 위법한 수사 개시가 계속된 것”이라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관련 민간 개발업자 김만배씨가 최대 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법률 상담을 하고 대가를 받은 혐의를 받았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법률상담을 하고 대가를 받으면 처벌받는다.
지난 4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전직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범행으로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해달라”며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권 전 대법관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결심에서 “사법경찰관의 송치가 없었는데도 부적법한 방법으로 이송받아 공소가 제기됐다”며 “위법한 절차로 수사, 기소된 것이라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권 전 대법관도 최후진술에서 “범죄는 검찰이 만든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았다”며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 그런 수사가 적법한 수사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천대유와 연봉계약서를 체결해 전반적인 경영에 대해 자문한 것뿐이라며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권 전 대법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변호사법 위반죄는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되는 범죄가 아니다.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 중 추가로 인지한 범죄라도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에 한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데 법원은 “변호사법 위반은 검사가 인지한 게 아니라 당초 고발장에 포함된 내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수사관의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가 수사권 없는 범죄를 이송받아 수사한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나아가 “위법한 수사 도중 사건이 사법경찰관에게 재이송됐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수사 개시를 전제로 몇 가지 조사를 했을 뿐 수사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위법한 수사가 계속된 것에 불과하다”고 공소를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권 전 대법관은 선고 내내 뒷짐을 진 채 손을 떠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고가 끝나자 재판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법정에서 첫 번째로 퇴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