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아기 살린 유상범 경위
지구대에 도움 요청해 순찰차로 이송
30분거리 10분만에…어린 생명 구해
유영철 수사 ‘베테랑’ 김성길 경감
첨단 수사기법 발전 속 경험이 ‘무기’
범죄 진화하는 만큼 경찰도 공부해야
8억테더 탈취 조직 검거, 한석권 경감
일선서에서 보기드문 대형범죄 수사
1년간 매달려 개발자까지 ‘일망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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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경찰서 제공] |
서울 강북경찰서(사진)는 서울 최북단 강북구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서다. 경찰관 673명을 포함해 약 7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아·솔샘지구대와 7개 파출소가 강북구 전역을 담당한다.
11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강북서에는 올해 1~4월에만 112 신고 2만2330건이 접수됐다. 같은 기간 5대 범죄는 1559건 발생했고 교통사고는 315건, 집회·시위는 46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112 신고는 7만6590건에 달했다.
1969년 ‘북부경찰서’로 출범한 강북서는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북한산과 수유 먹자골목, 오래된 주거지가 공존하는 지역 특성상 산악구조·생활범죄·강력범죄까지 다양한 치안 수요를 담당한다.
강북서는 비교적 젊은 직원 비중이 높고 현장 대응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꼽힌다. 한 대가 출동할 상황에도 주변 순찰차들이 함께 지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축구·풋살 등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청사 1층에는 순직 경찰관을 기리는 추모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태현 강북경찰서장은 “주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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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권(왼쪽부터) 강북경찰서 통합수사6팀장, 김성길 지능범죄수사팀장, 유상범 미아지구대 경위. 윤창빈 기자 |
▶100일 아기 살린 유상범 경위=유상범 경위는 지난 3월 생후 100일 된 아기를 순찰차에 태워 병원까지 긴급 이송했다. 당시 아기는 40도가 넘는 고열로 혼절한 상태였다. 부모는 한 병원을 찾았지만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듣고 다른 병원으로 향하던 중 미아지구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유 경위는 인근 119안전센터 이용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순찰차를 움직였다. 주말 오후라 도로가 혼잡했지만 시민들의 협조를 받으며 통상 30분 걸리는 거리를 약 10분 만에 주파했다.
유 경위는 “자칫 위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치료를 잘 받고 회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는 직접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올해 2월 북한산 구조다. 복귀하지 않은 현역 군인을 찾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위치추적 끝에 북한산 전망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군인을 발견했다. 유 경위는 “겨울 산을 4시간 넘게 수색한 끝에 전망대 난간에 밧줄을 걸어둔 채 머뭇거리고 있는 군인을 발견했다”며 “일주일 뒤 아버지가 직접 찾아와 감사하다고 말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10여년 넘게 지구대와 파출소 등 현장을 지켜온 그는 경찰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곳 역시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은 항상 예측이 불가능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경험과 매뉴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래서 우수한 경찰관이 현장에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영철 수사했던 베테랑 형사, 김성길 경감=강북서 지능범죄수사팀을 이끄는 김성길 경감은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베테랑 수사관이다. 그는 당시를 “모든 수사가 발로 뛰는 탐문수사였다”고 회상했다. 실종자가 발생하면 직접 현장을 돌고 사람을 만나며 단서를 찾아야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수사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프로파일링·디지털 포렌식·가상자산 추적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여전히 베테랑 수사관 만이 가진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수사관들은 기술과 디지털 수사에 강하다”며 “반대로 오래 수사한 사람은 피의자나 피해자의 마음을 읽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실에서 질문만 던져서는 진실이 나오지 않는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강북서 지능범죄수사팀은 공무원 범죄·유사수신·경제범죄·국가보조금 횡령 등 공공성이 큰 사건을 담당한다. 사건 규모도 크고 법리 검토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퇴직을 2년 앞둔 김 팀장이 요즘 가장 공들이는 일은 후배 양성이다. 그는 “어려운 사건이 잘 안 풀릴 때 함께 이야기하고 방법을 찾는다”며 “수사는 결국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원팀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많이 하는 말은 “공부가 힘”이다. 실제로 그는 매일 아침 AI 판례 검색 시스템으로 최신 판례와 수사기법을 확인한다. 김 경감은 “범죄자가 달려가는 속도만큼 수사기법도 따라가야 한다. 결국 경찰관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는 공부”라고 했다.
▶8억 테더 탈취 조직 검거한 한석권 경감=한석권 경감은 올해 1월 마무리된 8억원 상당의 테더(USDT) 탈취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범인들은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개인 가상자산 지갑을 연결하게 한 뒤 악성 스마트 콘트랙트를 실행하도록 유도했다. 범인은 실제 투자 상품처럼 소액 이자까지 지급하며 안심시킨 뒤 피해자가 대출과 차용으로 마련한 거액을 입금하자마자 자산을 빼돌렸다.
한 경감은 “처음에는 흔한 투자 리딩방 사기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추적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보니 실제 8억원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일선서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피해였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관련자 6명을 검거해 구속했다. 특히 범행에 사용된 가짜 투자 사이트와 악성 스마트 콘트랙트를 직접 개발한 개발자까지 추적해 검거했다. 한 경감은 “개발자까지 구속된 사례는 매우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는 약 1년 동안 이어졌다. 총책은 국내에 있었지만 일부 조직원은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인터폴 공조와 해외 조직원 가족 설득까지 병행한 끝에 조직 전원을 검거할 수 있었다.
그는 “업비트나 빗썸 같은 대형 거래소 이용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충분한 이해 없이 개인 지갑을 만들거나 처음 보는 사이트에 지갑을 연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특히 검색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투자 사이트는 사실상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고 시민들께 당부했다.
정주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