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침해에 나올 수 밖에” “현 정부 무능 지적하려고”

올림픽공원 집회 100인에 물어보니
2030 48명·4050 26명·6070 20명
응답자 56명 “기본권 침해 항의하려”
시험 2주 앞두고 뛰쳐나온 고교생도
“선관위 개혁” 모든 참가자 한목소리


11일 오전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 송파구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윤창빈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11일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지난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모인 집회의 참가자들은 집회의 이유를 참정권으로 꼽았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 사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모인 집회 참가자 100명을 대상으로 현장 앙케트(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정치 성향과 집회 참가 이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의 필요성 등을 물었다.

100명의 응답자 중 남성은 64명, 여성은 36명이다. 연령대는 ▷10대 4명 ▷20대 29명 ▷30대 19명 ▷40대 13명 ▷50대 13명 ▷60대 11명 ▷70대 9명 ▷80대 2명 등이다.

먼저 집회에 나온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인 56명은 “기본권 침해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고 응답했다. ‘부정선거 항의를 위해’(21명), ‘현 정부의 무능 지적’(14명)을 꼽은 사람도 있었다.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점에 가장 많은 공감을 한 것으로 보이나,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 등으로 연결 지어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화가 나서’, ‘젊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등을 이유로 든 사람들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69명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라고 답했다. 24명은 ‘중도’라고 밝혔고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2명이었다. 5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선관위 개혁을 묻는 말에는 100명 모두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78명은 ‘매우 그렇다’고 답하면서 ‘해체 후 재구성’,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라고 응답한 22명은 현 조직은 유지하면서도 ‘감시 기능 도입’ 같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는 설문 조사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였다. 그중 경기 의정부에서 온 이모(40) 씨는 자신의 정치 성향은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2명의 응답자 중 1명이었다.

그는 “현 정부가 선관위의 안일함, 허술함을 이용한 것 같다는 의심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시험 2주 남았지만 1시간 반 걸려 왔어요”

경기도 용인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30분 걸려 집회 현장으로 온 고등학생도 있었다. 투표권은 없지만 목소리 내기 위해 왔다는 조모(18) 양과 친구 이모(18) 양은 “시험이 2주 정도 남았는데, 대학 입시보다 나랏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왔다”며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왔다. 부모님은 공부하러 간 줄 알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자유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집회 현장에 나왔다”며 “일단 재선거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실 반복되면 부정 아니냐”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하는 류모(55) 씨는 “아침 산책 코스를 바꿔 매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20대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에서 부실 선거는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집회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류씨는 “부실 선거가 반복되면 부정선거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전투표 없이 수개표로 제대로 개표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 속 집회참가자 끌려 나가는 것에 분노”

파주에서 온 김모(25) 씨는 “집회 현장에서 끌려 나가는 할아버지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보고 화가 나서 나왔다”며 “국민으로서 투표권이 박탈되는 게 말이 안 된다. 민주화운동으로 세워진 민주주의인데, 민주주의 정신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내 정치 성향은 ‘중도’인데, 부모님은 민주당 지지자다”라며 “집회 참가를 말려서 엄청나게 싸우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영기·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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