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 수익 보장 추천주 바람잡이의 유혹…리딩방 사기 일당 9명 구속[세상&]

캄보디아 거점 투자 리딩방 사기 조직원 10명 검거
‘AI 추천주 수익률 600%’라 유인 후 99억원 사기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와 공조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리딩방 투자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이 개설한 투자 채팅방에 큰 수익을 거뒀다는 거짓 성공담이 올라오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프로젝트 운영기간 동안 저희는 가장 안전합니다. 시장 상황을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증권사 비서 사칭) “프로젝트 수익이 잘 나서 오늘은 제대로 한 끼 먹으러 왔어요.”(바람잡이 역할)

‘AI 추천주에 투자하면 수익률 600%를 보장한다’고 속여 99억원을 가로챈 리딩방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증권사 비서와 투자 성공자로 행세한 이들의 말을 믿은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믿고 선뜻 투자금을 맡겼다. 휴대전화 속 증권 앱에는 수익률이 치솟는 것처럼 보이고 투자 모임 채팅방엔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스파에서 피부 관리를 받는 사진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하지만 다 사기였다. 배후엔 캄보디아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국내 투자자들을 노린 치밀한 사기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지 경찰이 조직원들이 범행 거점으로 사용하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카지노 호텔 18,19층을 급습해 일당을 검거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피싱사기수사2계는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사기 혐의로 캄보디아 거점 리딩방 사기 조직원 10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4년 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피해자 59명으로부터 약 99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2억7300만원 상당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 18층과 19층에 사무실을 차린 뒤 실존하는 유명 주식 전문가들의 유튜브 채널 댓글 창에 네이버 밴드 초대 링크를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피해자들이 밴드에 가입하면 국내 증권사 비서를 사칭해 약 한 달간 무료 투자 교육과 종목 추천을 제공하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밴드 회원만 참여할 수 있는 비밀 프로젝트”라며 AI 추천 종목에 투자하면 60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냈다.

투자를 망설이는 피해자들에게는 조직원이 투자자로 위장해 “나도 큰 수익을 얻었다”며 고급 식당이나 사치품 사진을 올리는 ‘바람잡이’ 역할을 수행했다.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입금하면 실제 증권사 앱과 유사하게 제작한 가짜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허위 거래 내역과 수익률을 보여주며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

피해자 59명으로부터 약 99억원을 사기 친 일당은 외국인 총책 아래 4개 콜센터 팀을 운영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조직원들을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했다. [서울청 제공]


사기의 배후에는 외국인 총책이 운영한 조직형 범죄단체가 있었다. 총책은 2023년께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소재 호텔을 임대해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한 뒤 한국인으로 구성된 4개 콜센터 팀을 운영했다.

조직원들은 증권사 비서를 사칭해 투자를 권유하는 ‘주식 전문가’ 투자 성공자로 위장해 신뢰를 쌓는 ‘바람잡이’, 중국어 범행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번역가’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했다. 팀마다 비서·바람잡이·번역가를 배치하고 피해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범행 시나리오를 수시로 수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역 선후배 소개나 현지 모집책 포섭, 인터넷 구인 광고 등을 통해 범행 가담자를 모집했다. 역할에 따라 수천 달러 상당의 수당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사 비서 사칭엔 미화 1만달러에서 4000달러, 번역 역할엔 미화 8000달러를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유인했다.

이번 검거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와 캄보디아 수사당국의 공조로 이뤄졌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지난 2월 10일 시아누크빌 소재의 한 카지노 호텔 18층과 19층을 단속해 한국인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은 같은 달 16일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고 24일 국내로 송환된 조직원 5명을 전원 구속했다.

이어 지난 3월 14일 추가 송환된 조직원 1명을 구속, 지난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현지 단속 직후 국내로 입국한 조직원 4명을 추가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현재까지 총 10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피싱 사기 조직들은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수익과 숙식을 제공한다며 한국인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범행에 가담하더라도 반드시 검거되고 범죄수익 역시 끝까지 추적·환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증권사를 사칭한 투자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네이버 밴드 등 투자 관련 단체방 링크에 접속하지 말고 설치를 요구하는 투자 앱은 반드시 실제 증권사가 제공하는 앱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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