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텔레문도 시청률 신기록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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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 초반부터 폭발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최국인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TV 시청률에서도 역대급 성과를 기록하며 방송사들의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
미국 방송사 폭스(Fox)에 따르면 조별리그 첫 16경기의 평균 시청자 수는 6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같은 기간 대비 128% 증가한 수치다. 영어 중계는 폭스와 케이블 채널 FS1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스페인어권 시청자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NBC유니버설 계열 스페인어 방송사 텔레문도(Telemundo)는 조별리그 첫 12경기 평균 시청자 수가 75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대회 대비 234% 증가한 수치다. 텔레문도 중계는 스트리밍 플랫폼 피콕(Peacock)에서도 제공되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로스앤젤레스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개막전은 영어·스페인어 방송 모두에서 월드컵 사상 최고 시청 기록을 세웠다.
폭스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영어 중계 시청자는 1,800만 명을 기록했고, 텔레문도의 스페인어 중계는 평균 950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이 북미에서 개최된 점이 시청률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스포츠비즈니스 프로그램 책임자인 패트릭 리시는 “북미 개최 효과가 시청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시청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는 미국 대표팀이 25일 프라임타임에 치르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또 다른 기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중계 시청률 상승을 두고 일부에서는 닐슨의 집계 방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닐슨은 최근 가정 밖 시청(out-of-home viewing)과 인터넷 연결 TV 시청 데이터를 본격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 멀비힐 폭스 스포츠 인사이트·애널리틱스 부문 사장은 “시청자들은 원래 존재해 왔지만 집계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팬 페스트, 스포츠 바, 각종 응원 모임에서 발생하는 시청을 정확히 반영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1일 열린 멕시코 대표팀의 첫 경기에서는 가정 밖 시청이 전체 시청자 수를 50%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표팀 경기 역시 수백만 명의 추가 시청자가 집계됐다.
폭스는 대회 종료 시점까지 약 1억5,000만 명이 자사 월드컵 중계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폭스가 한 시즌 NFL 정규경기를 통해 도달하는 약 1억7,000만 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멀비힐 사장은 “우리에게 이번 월드컵은 한 해에 NFL 시즌을 두 번 치르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광고 시장에서도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방송사들은 예상 시청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광고 물량을 남겨두는데, 이번 대회는 기대치를 크게 웃돌면서 폭스가 남은 광고 시간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정치적 갈등과 중동 전쟁 등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이 스포츠를 통해 일상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는다.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 스포츠매니지먼트 프로그램 책임자인 리사 델피 네이로티는 “스포츠는 서로 의견이 달라도 갈등 없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끝난 NBA 파이널의 흥행도 월드컵 열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뉴욕 닉스가 5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NBA 파이널은 ABC에서 평균 2,06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로스앤젤레스가 가장 큰 월드컵 시청 시장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라틴계 인구와 약 50만 명의 이란계 주민이 거주하는 LA에서는 16일 열린 이란-뉴질랜드전이 평균 47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이는 FS1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의 경기였다.
미국 중부 지역의 열기도 뜨겁다. 미국 대표팀 경기의 지역 시청률은 미주리주의 캔자스시티가 가장 높았으며, 전체 가구의 9% 이상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캔자스시티는 17일 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첫 월드컵 경기를 개최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알제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캔자스시티는 도심 파워 앤드 라이트 디스트릭트에서 대규모 거리 응원전을 개최하며 월드컵 열기를 키우고 있다.
리시는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함께 응원하며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흥행의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윤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