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해진 OC의 밤, 빛과 그림자

OC 비치길 따라 새벽 2시까지 불야성, 화려해진 밤 문화

예전과 달리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업소들이 즐비한 부에나 팍 비치길 사거리

 

 

OC의 밤이 화려해지고 있다.

 

10시면 업소들의 셔터가 내려오고 도로가 한산해지던 점잖은 도시는 이제 옛말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새벽 2시까지 영업하던 한인업소는 당구장과 동네 애주가들이 찾는

단골주점 몇 곳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모양새가 바뀌고 있다.

이제 OC에서도 새벽 2시까지 바베큐를 굽고, 치맥을 즐기며,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와 소주잔을 기울인다.

환경이 바뀌니 라이프스타일도 바뀐다.

칼퇴근 남편들은 이틀 건너 회식이고 아내들의 밤외출도 잦아졌다. 놀 곳이 많아지니 자녀들의 귀가시간도 점점 늦어진다. 택시나 대리운전 등이 성업이다. 즐거움이 커진 만큼 걱정도 늘었다.

급변하고 있는 OC 그리고 OC사람들. 저마다 할말이 많다.

 

 

n  아쉬웠던 OC밤문화, 우리도 즐겨보자

 

풀러튼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크게 부부싸움을 했다.

부쩍 늘어난 아내의 밤 외출이 화근이 된 것이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친구와 찜질방에 가는 것이 다였던 아내였는데 지난주에는 두 번이나 밤외출을 했다. 한번은 만취가 되어서 들어왔다. 참다 참다 이건 아니다 싶어 한마디 했는데 오히려 화를 내더라

아내도 할말은 있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엄마들끼리 잠깐 모여 수다 떠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여자들 가기

좋은 선술집이 오픈했다고 해서 모처럼 저녁에 한번 모였다. 회식이다 뭐다 자기는 요즘 이

틀이 멀다 하고 놀면서 왜 나는 안돼나?”

아내든 남편이든 전에 비해 밤늦게 갈만한 곳이 많아 진 것은 사실이다.

LA 한인타운과 달리 OC한인타운은 저녁 10시 이후까지 영업하는 업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동네 젊은이들이 모이는 당구장이나 보바음료샵, 나이 지긋한 애주가들이 즐겨 찾

는 주점 몇 곳이 다였다.

하지만 최근 OC의 새로운 한인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에나 팍 비치길을 본 한인이라

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무대포, 육선생, 백정 등 인기몰이 중인 바비큐 업소는 대부분 자정을 너머 새벽 1시까지 영

업한다. 특히 육선생은 9시 이후부터는 육포차라는 이름으로 매운 꼼장어 구이홍합탕

등 추억의 포장마차 메뉴를 선보이며 2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최근 부에나팍 빌리지 서클 온 비치 쇼핑몰에 오픈한 강호동의 백정도 조만간 LA와 같이

새벽 2시까지 영업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애주가들을 유혹하는 새로운 분위기의 주점들도 눈에 띈다.

백정과 같은 몰에 오픈한 일본식 선술집(아자카야) ‘다미는 깔끔하고 고급스런 메뉴들로 여

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백정, 다미 등과 나란이 위치한 대만계 프랜차이즈 85도 카페 베이커리도 밤 12시까지 영업하면서 중앙에 있는 야외 페티오에는 대형 벽난로까지 등장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아예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와 밤문화를 즐기는 젊은 부부들도 다수 눈에 띈다.

길 건너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젊은 부부은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 나왔다. 좀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사람 사는 거 같아 재미있다며 즐거워한다.

쇼핑몰 측은 겨울에는 벽난로를 여름에는 시원한 미스트를 뿌릴 예정이다.많은 한인 분들이 야외 페티오는 찾아와 즐거워하시니 감사한 일이다. 단 아이들이 너무 뛰어 다녀 안전사고의 우려도 있다. 우리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부모님들도 살펴주시라고 당부한다.

 

n  새로운 유흥가? 달갑지 않아

 

늦은 밤 우연히 한 쇼핑몰을 지난 적이 있는데 시간을 잘못 본 줄 알았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백 명은 모여있는 듯 했다. 이 동네 그런 모습은 처음이다

부에나 팍에 30년을 살았다는 토박이 박모씨(70)는 요즘 OC에 불고 있는 변화가 솔직히 달갑지만은 않다.

낮에도 전에 없던 트레픽 때문에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타운이 발전하는 것은 좋지만

 사람들이 밤에 술 먹고 돌아다니면 사고밖에 더 나나조용하던 때가 오히려 그립다

 

지난 3 LA에서 라 하브라로 이사 온 주부 최모씨(44)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나친 술자리와 유흥업소 여종업원과의 외도로 남편과 오랜 갈등 끝에 겨우 주거환경

이 좋다는 OC로 이사오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올 가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던 차다. 하지만 요즘은 솔직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심정이다.

“OC에서도 비교적 한국 사람이 적고 조용한 곳이라고 해서 정착하게 됐는데 솔직히 크게 다르지 않을까 겁이 난다. 노래방에 도우미가 나오고 아가씨들이 나오는 업소도 다 있다고 하더라. 근처에 점점 술집과 유흥업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라 미라다에 사는 주무 임모씨는 요즘 한창 놀기 좋아가는 대학 1학년생 아들이 걱정이다.

아직 19살이다. 어디 가서 술을 살수도 먹을 수도 없는 나인데 주말이면 나가서 술을 먹고 들어오더라. 늦은 시간 젊은 아이들 우르르 들어가면 아이디 확인을 하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주말에 집에 오면 나갈 생각부터 한다. 요즘 동네에 재미있는 곳이 많은 모양이다

 

밤문화를 즐기는 한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전에 없던 직종들이 대거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타운의 한 주점 매니저에 따르면 지난해에 3~4개에 불과하던 관련 명함이 최근에는 10여 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이 늘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분석까지 해준다.

 

실제로 풀러튼에 거주하면서 현재 세컨드 잡으로 야간 대리운전을 하는 백모씨(43)에 따르면

집이 LA와 어바인인 손님도 많다. 요즘은 OC물이 좋고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여기로 놀러 온다고 하더라. 걱정스러운 것은 음주운전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백씨는 이어 요즘은 노래방에서 남,녀 도우미를 불러 노는 분위기다. 전보다 여성손님들이 와서 남성도우미를 부르는 경우도 늘었다. 그런데 이보다 심각한 것은 청소년 음주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술 파는 업소가 어딘지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아이들도 거의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큰 사고가 났었다. 경찰 단속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이 이치라고 걱정하는 OC주민들의 말에 한 업주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반박한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새벽 2시 이후 주류판매 ▲무면허 주류 판매 ▲미성년자 대상 주류판매 ▲주점 내 암묵적 흡연 허용 ▲노래방 도우미 알선 ▲성매매 알선 등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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