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줄을 위해 시인은 변추(變追’) 한다

매미는 지상에서 겨우 2주일을 살기 위해 7년을 땅 속에서 지낸다. 시인은 단 다섯 줄의 시를 쓰기 위해 수십 년 간 읊조리고 또 읊조린다. 거듭 생각하고 되뇌어서 응축된 말, 매미의 간절함이 담긴 말이 바로 시인의 말이어야 한다.

40여 년의 필력을 자랑하는 강은교 시인이 산문집 ‘무명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했다. 여기서 ‘무명’시인이란 이름이 없는 시인이기도 하고, 아직 유명해지지 못한 시인을 뜻하기도 한다. 무명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지만, 곧 시인 그 자신에게 속삭이는 시이자 산문이다.  

“무명 시인은 거기서 늘 변추(變追)하라. 변추는 변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곳’의 ‘추억 풀기’, ‘꿈 풀기’, 나아가 변태를 말하는 동사다. 무명 시인이여, 거기서 네 꿈 또는 추억을 간절하게 변태시켜라. 네가 지닌 간절성은 아마도 사시(私詩)의 극점에 서는 극사시를 쓰게 할 것이다.”

이 산문집은 시인의 또 다른 산문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2000년)’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같은 시인이 10여 년 간격을 두고 펼쳐낸 두 책을 함께 음미하면서 읽어도 좋을 듯 하다.  

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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