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통과 촉구 회견
“경제가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내심을 갖고 경제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오바마 미국 대통령) “왜 국민들이 희생해야 하는가?”(NBC방송 기자) “대통령과 재무장관은 AIG 보너스 지급을 열흘 전에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 지출하면 재정적자 문제가 걱정되지 않나?”(CNN방송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취임 후 두 번째로 TV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경제의 회생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회생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촉구했다. 지난주 의회에 제출한 3조5500억달러에 달하는 2010년 회계연도 예산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가 다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건강보험, 에너지, 교육 관련 정부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관련기사 A4면> 그러나 연설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와 구제금융을 받은 AIG의 보너스 잔치 사건에 대한 힐난성 질문이 쏟아졌다. 대통령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787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법안 의회 통과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을 때도 기자들의 질문은 부양책의 효과에 집중됐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의 질문들은 경제 회생을 위한 재정적자가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지는데, AIG와 같은 부도덕한 월가의 금융기관에 돈을 퍼부어야 하느냐는 식의 비난성 질문에 집중됐다. 연일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금융기관 구제금융 지원과 경기부양책, 그리고 사상 최대치를 매달 경신하고 있는 재정적자 수치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AIG의 보너스 잔치 사건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CNN방송은 기자회견 직후 이번 회견을 AIG 보너스 사건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가 압도했다고 논평하면서,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 회생을 위해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를 떠안고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이 취임 두 달여 만에 최대 고비를 맞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AIG 보너스 문제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비판하면서도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 월가의 금융기관 부실 처리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