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두 여성이 이병헌이 술자리에서 과한 성적 농담을 한 사실을 몰래 찍어 여성단체 등에 고발했으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전개됐을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두 여성은 이를 빌미로 50억원이라는 큰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실형을 받았다.
그럼 이병헌은 시원해졌을까. 시원해지기는 커녕 ‘도긴 개긴‘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병헌은 재판에서 이겨도 이긴 게임이 아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이병헌)은 유뷰남이자 유명인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피고인들에게 과한 성적 농담을 하고 이성적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유부남이 스무 살 연하의 여자들과 밀폐된 집안에서 게임을 통해 키스와 같은 신체 접촉을 했고, 서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자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성적으로 자신을 좋아한다고 받아들일만한 내용이라는 말도 재판부가 했다.
이 정도 되면 이병헌이 차라리 벌을 받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벌은 안주고 거의 정신적인 고문에 해당하는 큰 부담을 주고 질책을 한 것이다.
행실이 올바르지 못한 배우가 아무리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어도 진정성 있는 배우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다. 그건 기능적이고 테크니컬한 연기일 뿐이다. 사람과 연기를 따로 분리시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병헌이 강원도 시골의 젊은 초등학교 선생으로 나온 1999년 영화 ‘내마음의 풍금’에서 늦깍이 초등학생인 전도연과 주고받는 순수한 사랑을 떠올리면 이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목소리를 깔고 감정을 실어 보스 김영철에게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라고 했던 대사도 나는 자꾸 패러디하고 싶어진다.
앞으로 이병헌이 하는 진한 멜로 연기, 순수한 사랑의 연기는 몰입이 잘 안될 것 같다. 그렇다면 배우에게 이보다 더 큰 손실이 어디있을까.
이병헌이 일반인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면 당사자들만 불쾌하고 짜증을 내는 데 그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5개월에 걸쳐 좋지도 않는 내용을 뉴스랍시고 계속 읽어야 하는 대중에게는 한마디로 ‘공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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