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은 지난 22일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고했습니다.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로 수정했다”는 겁니다.
국립국어원도 이제야 판단이 섰습니다. “아, 사람들이 ‘너무’를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폭넓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다”는 걸 말이죠.
‘너무’의 긍정문 사용이 반가운 업계가 있습니다. 방송사 예능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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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개그콘서트’입니다.지난 25일 KBS2 ‘개그콘서트’ 페이스북에선 지난 25일 국립국어원의 이 같은 결정을 올리며 ‘너무 좋아’의 허용을 가장 좋아할 사람들이라며 인기 코너 ‘스톡홀름 신드롬’의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이 코너에선 “너무 좋았어”를 유행어로 밀고 있습니다. 내심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선 ‘너무’의 사용 때문에 답답한 일이 많았습니다. SBS ‘불타는 청춘’의 김윤영 메인작가는 이 결정이 나오던 날 “드디어 ‘너무’ 좋아를 쓸 수 있게 됐다”며 “출연자들이 ‘너무’를 써서 말을 해도 ‘진짜’나 ‘정말’, ‘무척’으로 매번 바꿔야했다. 말의 의미가 살지 않아 심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제작진의 의도와는 무관하게도 출연자들은 숱한 말을 쏟아내는데, 그 중 비속어도 신조어도 아닌데 현실에선 너무 통용된 ‘너무’의 경우 자막에서 일일이 바꿔 사용하는 통해 어감이 살지 않는다는 겁니다. ‘너무 너무 맛있어’라고 말해야 하는 ‘정말 맛있네’라고 써버리니 시청자들의 불만도 쏟아졌다고 합니다. 한 예능 PD는 “예능에선 자막 역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큰 요소인데, 출연자가 했던 말과 달리 자막이 나가다보니 시청자들은 상당히 거슬려했다”고 말합니다. 이젠 우리가 그토록 많이 사용했던 ‘너무’를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됐으니 예능국 종사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결정을 무척이나 반기고 있습니다. ‘짜장면’을 쓸 수 있게 됐을 때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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