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 이민가방 4개만 달랑 들고 LA에 첫발을 내딘 조씨부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집 사냥부터 나섰다. 한국에서 전화로 미리 연락을 해 둔 부동산 에이전트를 만나, 인터넷으로 점찍어 놨 던 아파트들 중 맘에 드는 한곳을 렌트계약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아파트에 도착해서 유닛안을 한번 둘러 보기도 전에 집주인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고 만 것이다. 크레딧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크레딧없어 낙동강 오리알 신세 조씨부부는 처음에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이 세상에서 돈으로 안되는 게 어딨어?”라는 생각에 분이 나서 그 동네를 돌며 아파트를 몇군데 더 돌아다녀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딜가나 연속 거절을 당할 뿐이었다. 결국 허름한 동네에 있는 ‘크레딧을 따지지 않는 아파트’를 계약하고 나서야 그들은 마음에서 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쥐들이 사는 삐걱거리는아파트’지만,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때가 아닌 처지인지라… 이처럼 크레딧이 없다는 이유로 조씨부부가 겪은 불편함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차는 현찰로 사야 했고 크레딧 카드는 처음부터 꿈도 꿀 수없는 ‘그림의 떡’이었기에, 여러 은행에 CD를 담보로 예치해서 몇개의 시큐어드 카드를 만들어 1년정도를 사용해야 했다. 이를 악물고 크레딧쌓기에 전념했던 조씨 부부는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좀 ‘살 만’하다고 말한다. 크레딧이 어느정도 쌓여 일상생활하는데 별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엑설런트 크레딧의 중요성 미국에서 크레딧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중요하다. 이곳 시민들도 아파트 렌트를 하려면 크레딧 리포트는 물론이고, 은행 잔고 증명서, 월급 명세서와 지난 2년 세금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크레딧이 아무리 좋아도 2-3개월 렌트비는 디파짓으로 거는 것이 기본이고, 만약 크레딧은 별로인데 튼튼한 직장에 소득이 높고 그동안의 렌트 히스토리가 깨끗하다면, 크레딧이 좋은 누군가를 코사이너로 걸고 디파짓을 더 내는 조건으로 계약이 성립되기도 한다. 그러니 크레딧하나 없는 뉴커머들의 고충이야 오죽 더 하겠는가? ▶융자승인 최대관문 ‘FICO? 점수’ 미국은 개인 크레딧이 좋은 사람들을 우대하는 ‘신용사회’이다. 그러므로 크레딧이 ‘Excellent’한 사람들은 어딜가나 ‘상전대접’을 맏고, 크레딧이 ‘Poor’한 사람들은 어디서나 ‘문전박대’신세를 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융자를 받을 때 직장이나 소득보다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이 크레딧이다. 예를 들어 집이나 자동차 등을 구입할 때, 크레딧이 ‘최상’ 내지는 ‘아주 좋은’ 케이스가 아닐 경우 융자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만약 받는다고 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이나 까다로운 조건 등의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미국에서 흔히 말하는 크레딧은 FICO?점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FICO?란 기업 컨설팅 회사인Fair Isaac Corporation을 일컷는 고유 트레이드 마크로, 평균 300점에서 850점대 신용점수를 구성한다. 그래서 FICO? 점수는 곧 ‘살아 있는 이력서’와 같다. 일단 점수가 750은 넘어야 ‘최상급’ 카테고리에 속해 미국에 살면서 여러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FICO? 높을 수록, 더욱 낮아지는 페이먼트 미국에서는 최상급 FICO? 점수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돈 버는 일’과 직결된다. 특히 큰 돈이 드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나 집 융자를 받을 때 ‘Excellent’ FICO? 점수는 더욱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 FICO? 점수에 따라 이자율과 기타 조건의 차이가 확연히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도표를 보면 30만달러를 은행에서 빌릴 때 FICO?점수가 높을 수록 이자율이 낮아져 모기지 페이먼트가 줄어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