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만신’

“만신은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영화 ‘만신’은 무형문화재 김금화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만신’에는 김금화의 어린시절 넘세(김새론 분), 처녀시절의 비단꽃 금화(류현경 분), 중년시절의 김금화(문소리 분), 현재 만신 김금화로 이어지는 굴곡진 인생살이가 애잔하게 묻어납니다.

어린 시절 넘세(김새론 분)는 친구나 친구의 부모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서 이상한 아이로 취급돼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합니다.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무당은 옛날 같으면 제사장으로 신분이 높았겠지만, 현재에는 더 이상 그렇진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그려지는 만신 김금화의 삶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무당은 신과 인간의 중간에 서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당의 점이나 굿을 미신이라고 칭하며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생에서 중요한 일(혼인, 사업, 질병 등)이 생겼을 때, 점을 치고 굿을 하는 것이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닙니다.

점을 믿지 않는 사람도 무당으로부터 굿을 하지 않고 부적을 쓰지 않으면 집안에 우환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공포심이 생기거나 최소 찜찜한 마음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당들의 행위가 협박죄에 해당할까요?

협박죄의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공포심을 갖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승려가 조상천도제를 지내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 협박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해악의 고지는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로서 행위자(승려)에 의하여 직접·간접적으로 좌우될 수 없는 것이고,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특정돼 있지도 않으며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없다고 하여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즉, 행위자(승려)가 천재지변 또는 신력이나 길흉화복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상대방을 믿게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행위가 있어야 협박이 성립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찬가지로, 무당이 굿을 하지 않거나 부적을 쓰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굿이나 부적을 권유하는 것 또한 무당이 천재지변이나 길흉화복을 사실상 지배할 수 없기 때문에 협박으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만신 김금화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인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예능보유자입니다. ‘만신’은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영화여서 허구를 작품화한 것보다 재미는 덜하지만 사실이 주는 힘과 감동이 있습니다. 다만, 무당이 신을 접하는 접신의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