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넘어 기술제휴까지…카드사 ‘적과의 동침’도 오케이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핀테크’가 활성화되면서 카드업계에 전례에는 없던 ‘적과의 동침’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마케팅 제휴를 넘어 최근에는 경쟁사간 기술제휴까지 맺으며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 간편결제 플랫폼 등 모바일 결제로 시장이 빠르게 옮겨가면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핀테크 혁명’이 신용카드 시장을 춘추전국 시대로 옮겨 놓고 있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연합군이 되는 상황이 벌어 지고 있는 셈이다.


▶어제의 적(敵)이 오늘은 연합군으로…=비씨카드와 롯데카드, KT는 최근 모바일 결제 기술 선도 및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 제휴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KT의 플랫폼, BC의 시스템, 롯데의 유통망 등 서로의 강점을 합쳐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사간 기술제휴를 맺으며 연합군을 형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협업으로 지난 8월 KT와 비씨가 출시한 스마트지갑 ‘클립(CLiP)’ 서비스는 롯데가 갖고 있는 방대한 유통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되면서, 서비스 개발이나 가맹점 제휴 마케팅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롯데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 시장 장악에 비씨와 KT의 플랫폼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협력 아이템이 없었음에도 이날 협약식에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와 서준희 비씨카드 대표가 참가한 것은 양사간 협력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채 대표는 “핀테크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비씨카드와 통신 융합 서비스 강점이 있는 KT와 전방위 제휴를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서 대표는 “카드사와 통신사 간 협업을 통해 핀테크 시장을 선도하고, 3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모아 고객에게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양사 간 동맹의 의미를 설명했다.

업계 최초로 경쟁관계에 있는 카드사 간 동맹관계가 이뤄지고 여기에 통신사까지 합세했다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도 예사롭지 않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핀테크 기업과 카드사와의 제휴는 있었지만 카드사간 장점을 결합한 제휴는 없었다”면서 “모바일 금융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취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야심”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핀테크와 관련해 경쟁사를 불문하고 협업과 동맹의 물꼬를 튼 것 같다”며 “또 다른 사례가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유심진영 vs 앱진영, 기술 편가르기도 허물어진다=그동안 모바일카드 방식을 놓고 두 편으로 갈려 있었던 기술전쟁도 경계가 허물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명 유심진영으로 불리는 BC카드와 하나카드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유심카드의 편리함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NFC 확산에 공을 들여왔다.

반면 현대ㆍ삼성ㆍKB국민ㆍ신한ㆍ현대카드 등은 앱카드에 승부를 걸었다. 이들 앱진영은 유심을 선택할 경우 통신사에 주도권을 넘기게 된다면서 이미 많은 고객층을 확보한 타 서비스 업체들과 손을 잡으며 앱카드 저변 늘리기로 맞불을 놨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편가르기가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삼성페이 등 비금융회사들의 지급결제 시장 진출이 늘어나며 카드사들이 ‘○○페이’에 일제히 동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앱이건 유심이건 가리지 않고 ‘온리(Only) 모바일’로 통합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삼성카드는 최근 한국NFCㆍKG이니시스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터치형 NFC간편결제 서비스를 연내 출시하기로 했고, 신한카드는 비자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 비자 가맹점에서 앱카드 고객이 NFC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유심과 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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