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예측 2020-미국] 바이든·샌더스·워런 삼각구도 속 ‘트럼프 대항마’는?

민주당 대선 경선레이스 본격화

부티지지 등 깜짝스타 돌발변수

경제이슈 트럼프에 끌려다닐 듯

탄핵안 대선 유불리 판단 힘들어

지난해 10월15일(현지시간) CNN와 뉴욕타임스가 공동 주최한 TV 토론회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이자 지지율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나란히 서 있다. [AP=헤럴드경제]

전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실패한 사례는 39대 지미 카터와 41대 조지 부시 둘 뿐이다. 현직 대통령으로 누리는 언론의 집중적 관심, 4년의 짧은 임기로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여론 등 ‘현역 프리미엄’은 도전자들이 넘기 쉽지 않은 장벽이다.

쉽지 않은 싸움터에 민주당 후보로 26명이나 출사표를 던지고 10개월여 남은 현재까지 15명이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것은, 설사 패배하더라도 그조차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재 미국과 미국인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선두권 확실한 경선 레이스=현재 민주당 대선 레이스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세론을 구축한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6차 TV토론이 끝난 뒤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민주당 등록유권자 7178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31%로 1위에 올랐으며 샌더스 상원의원(21%), 워런 상원의원(15%) 등이 뒤를 이었다.

경선 초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이 빠르게 지지율을 모으며 깜짝 스타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선두권의 지지율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피터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이 선두권과 그나마 근접거리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정도다. 대만계인 앤드루 양 후보는 6차 TV토론에 간신히 합류하면서 민주당의 다양성을 지켰다는 안도감을 줬을 뿐이다.

▶‘경제’ 내세운 트럼프에 맞불 놓을 전략 고심=재선에 실패한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갈수록 경기가 악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42대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캠프 구호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였다는 것은 이를 상징한다.

현재 경제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꽉 쥐고 있다. 주요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하루가 멀다하고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실업률은 3.5%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최고치를 거론하며 “즐겨라”라고 으스대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경제 이슈는 접어 놓았다. 문제는 민주당 후보를 하나로 묶을 만한 공통된 정책이나 공약이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품격을, 워런 상원의원은 부유세 부과, IT공룡 해체 등 급진적 공약을,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고 있지만 파괴력은 미미하다.

CBS방송은 정치광고 분석 업체 CMAG·칸타 조사를 인용, 12월 초까지 방송된 민주당 TV광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헬스케어’라고 전했다. 하지만 CBS는 의료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긴 하지만 최고 이슈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대로라면 대선까지 트럼프 재선 캠프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뒤늦게 민주당 경선에 합류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억만장자’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통점 때문에 유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6% 지지율에 그치며 아직 갈길이 먼 상황이다.

▶탄핵은 트럼프-민주당 모두에게 변수=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세번째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불명예를 얻었지만 대선 정국에서의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이 조금 높게 나오지만 워낙 지지정당에 따른 갈림 현상이 뚜렷해 향후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할지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탄핵을 당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업적을 내세우며 “민주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쏘아대고 있다. CNN방송은 탄핵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 원인이 경제 활성화라고 지적하며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탄핵을 중요 이슈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유력 후보인 바이든 부통령은 6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직을 하향평준화한 인물’이라고 깎아내렸지만 탄핵에 대한 언급은 삼가한 채 공화당과 협력을 강조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트럼프 탄핵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직격탄을 날렸을 뿐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대선 흥행을 담보할 경선 TV토론이 탄핵 탓에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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