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저트 스윙’ 오일 머니가 중동의 불안보다 셌다

 

이미지중앙 더CJ컵 이후 3개월여 만에 브룩스 켑카가 아부다비 대회에 출전한다. [사진=JNR골프]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세계 골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가 중동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총상금 700만 달러)을 올해 첫 대회로 삼았다.

켑카는 8일(한국시간) 에이전트를 통해 오는 16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에 출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에 출전했으나 무릎 부상으로 대회 도중 기권했던 켑카는 3개월 여 만에 복귀전을 치른다. 켑카가 출전하는 이유는 초청료 때문이다. 초청료가 금지된 PGA투어와는 달리 유러피언투어는 엄청난 초청료로 스타급 선수를 출전시킨다.

켑카는 HSBC대회를 마친 뒤 한 주 휴식후 3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하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총상금 350만 달러)에도 출전하기로 했다. PGA투어 대회로는 다음달 13일 시작하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켑카의 올해 첫 대회다.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이 전쟁에 준하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일 머니를 듬뿍 받은 켑카 등 스타급 선수들은 ‘데저트 스윙’으로 불리는 중동에서 다음주부터 3주간 이어지는 골프 대회에 속속 출사표를 내고 있다. 미국이 최근 이란군 사령관 술레이마니 장례식을 전후해 중동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여행 주의’ 경보를 발령한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롤렉스 시리즈로 치르는 아부다비 대회를 마치면 유러피언투어는 두바이로 장소를 옮겨 에미레이트 골프클럽에서 23일부터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인 오메가 두바이데저트클래식(총상금 325만 달러)을 연다. 두바이는 이란이 공격 후보로 삼은 도시 중 한 곳이다.

이미지중앙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이 지난해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했다. 올해는 미켈슨도 나온다.

마지막 주인 30일부터는 올해 2회째를 맞은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스타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디펜딩 챔피언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해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헨릭 스텐손(스웨덴), 셰인 로리(아일랜드) 등이 출전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사우디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우디에서 열리는 각종 스포츠 행사에 선수들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급 선수들은 대회 상금보다 많은 초청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특히 지난달초 필 미켈슨(미국)은 30년간 인연을 맺어온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대신 같은 기간에 열리는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하기로 했다. 미켈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중동 대회 출전 제의를 거절했는데 안 가본 곳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출전하고 싶다’는 뜬금없는 출전 이유를 대서 비난을 받았다. 반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사우디 인터내셔널 측으로부터 300만 달러의 초청 제안을 받았지만 대회장이 너무 멀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유러피언투어는 최근 중동 정세에 대한 불안정을 잠재우기 위해 “이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선수와 스탭 및 주주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된다”면서 “세계 속에 우리 대회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내용 없는 수사만 늘어놨다. 대회를 열어주는 중동의 스폰서를 외면할 수 없고 그렇다고 방관하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일 머니의 위세는 불안감보다 앞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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