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지지 이어 클로버샤도 깜짝 선전…미국 민주 경선 ‘중도 돌풍’

부티지지, 아이오와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샌더스와 선두박빙

아이오와 5위 클로버샤…3위로 약진

바이든 잃은 중도, 부티지지·클로버샤 앞세워 다시 힘받아

3선 상원의원이자 중도 성향의 민주당 경선후보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선거 초반 낮은 지지율을 노련하고 명확한 메시지로 극복, 지난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3위에 오르면서 단숨에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사진은 11일 프라이머리 이후 연설을 하고 있는 클로버샤 의원.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맞붙을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오른 가운데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파 후보들의 돌풍이 심상치않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를 필두로한 ‘선두권’에 가려져 있던 이들은 경선이 본격화 하자 다수 후보들의 레이스 포기로 길을 잃은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안으며 단숨에 유력 후보로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민주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의 승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돌아갔지만, 스포트라이트가 향한 곳은 샌더스 의원과 막판 접전을 벌인 부티지지 전 시장과 ‘깜짝 3위’ 클로버샤 의원이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24.4%를 득표, 25.9%의 득표율로 선두에 오른 샌더스 의원을 불과 1.5%로 바짝 쫓으면서 1위의 기염을 토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흔들림없는 저력을 과시했다.

클로버샤 의원은 19.8%를 득표하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부티지지 전 시장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3선 상원의원임에도 선거전 초반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클로버샤 의원은 지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5위에 오르면서 선두권과 거리가 먼 후보로 여겨졌다.

클로버샤 의원은 명확하고 노력한 메시지 전달력과 중도 성향 후보로서 가진 표의 확장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경선 후보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왔다.

실제 그는 지난 7일 열린 8차 TV토론에서 “지금 백악관에 있는 남자는 지극히 공감능력이 없다. 나는 그것을 여러분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집세를 내고 월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 언론의 ‘승자’ 판정을 받았다. 이후 나흘동안 그의 캠프에는 예상액을 훨씬 웃도는 500만달러가 유입되기도 했다.

그의 초당적이면서 실용주의적인 중도 노선도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햄프셔에서 클로버샤의 약진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분석하며 “경제적으로 온전한 클로버샤는 뉴햄프셔의 많은 무소속 유권자들과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과 부티지지 전 시장이 주도하는 당 내의 진보 대(對) 중도 간 진영 경쟁도 본격적으로 점화되는 모양새다. 당초 당내 중도 진영은 대표 주자였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정작 경선에서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하면서 주춤한듯 보였지만, 부티지지 전 시장의 초반 돌풍에 클로버샤 의원의 약진까지 이어지면서 다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미 인터넷매체인 악시오스는 뉴햄프셔 결과가 중도의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민주당이 ‘사회주의자’에게 쉽사리 후보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 진영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부티지지 전 시장, 클로버샤 의원,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분산돼 있는 중도 세력의 표를 하나로 모을만한 강력한 단일 후보를 구축해야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진보 진영은 샌더스 의원과 함께 당 내 ‘좌클릭’을 이끌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부진으로 인해 현재는 샌더스 의원을 대표주자로 밀어주는 듯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도의 ‘분열’은 샌더스 의원에게 기회다. 미 NBC방송은 “샌더스는 이제 선두주자”라며 “중도는 너무 분열돼 있어 그를 막아설 수 없다”고 평했다.

다만 여전히 당내외에서는 진보 성향의 후보가 민주당 대선 주자로 당선될 경우, 표의 확장성이 제한되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대결에서 패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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