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할퀸 소비…무풍지대는 있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태풍이 국내 경기를 할퀴었지만 충격에서 빗겨간 업종들도 있었다. 전염병이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소비는 이어졌으나, 대개 비대면 업종으로 몰렸다.

21일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주요 업종의 1분기 매출액을 분석한 보고서(‘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행태 변화’)를 냈다. 하나카드의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개인회원 기준)를 기반으로 올해 1분기와 지난해 1분기 매출을 비교, 분석했다.

▶매출 재앙…홈코노미는 ‘무풍’ = 2월 말부터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덩달아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 3월이 절정이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카드사용 승인액은 전월보다 4.3% 줄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역대급 감소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에서 1분기 신용카드 매출 순감소액은 16조6000억~17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다만 집 밖에서 쓰는 돈이 크게 줄었고, 비대면 소비는 늘었다.

대표적인 업종은 인터넷쇼핑이다. 지난 3월 소비자들이 인터넷쇼핑을 하며 긁은 카드 금액은 1년 전보다 49% 증가했다. 홈쇼핑 카드매출도 23% 늘었다. 이 사이에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카드매출은 각각 -40%, -25%를 기록했다.

이용 건수로 따지면 인터넷쇼핑은 올 1분기 44% 증가했지만 한 번 결제할 때 금액은 2% 줄었다. 그만큼 적게, 자주 소비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의 자전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9% 늘어난 게 눈길을 끈다.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카드 결제액마저 32~33%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수입신차 매출도 1~3월 사이 11% 증가했다. 이 기간 국산신차(-23%), 중고차(-22%)는 매출이 감소했다.

외식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식재료 소비는 늘었다. 3월 한달 간 축산·정육점(26%), 농협식품(21%), 농산물·청과물(10%) 소비가 일제히 늘어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직접 요리를 해먹는 홈쿡 트렌드가 확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료 업종에선 안과, 동물병원(수의과), 성형외과 매출이 증가했다. 안과는 1~3월 매출이 작년 1분기보다 평균 10% 늘었고 이 기간 중 동물병원(9%)과 성형외과(4%) 매출도 확대됐다. 재택 근무 등으로 안과, 성형외과 시술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아과(-5%), 한의원(-16%), 내과(-4%), 치과(-9%)는 환자가 줄었다. 반면 약국의 카드매출은 1분기에 15% 늘어났다. 공적마스크를 전담 판매 하면서 병원의 매출 감소와 ‘탈공조화’에 성공했다.

▶코로나19 휘몰아친 지역 지갑도 닫혔다 = 지역별 카드 매출은 전국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초기에 확진자가 속출했던 대구에서의 1분기 카드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7.9% 줄어. 3월만 따지면 -37%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국에서 가장 큰 소비계층이 몰려있는 서울(-13.5%)을 비롯해 부산(-16.8%), 인천(-15.7%), 제주(-14.6), 경기(-12.5%) 등의 카드매출이 줄었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전히 소비심리는 위축돼 있고 긴급재난 지원금도 식재료 등 주로 생필품 구입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여행, 항공, 숙박, 레저, 유흥업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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