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어려울때 뭉치자고만 하지말라

2008년 무자년의 첫 단추를 끼워가고 있는 요즘 의류, 봉제, 세탁업계의 신년 화두는 협회를 중심으로 뭉쳐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야말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한인사회 경제단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와닿는 것이다. 한국인 뿐 아니라 미국 속에서 살아가는 한인들도 어려운 일에 닥칠 때마다 특유의 단결된 힘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예가 적지 않다.

과거 역사 속에서 수차례 국란을 겪으며 민초들의 단합된 힘이 항상 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10여년전 한국의 외환위기때에도 한국을 비롯한 미주 한인동포들까지 동참한 금모으기나 달러 보내기 운동 등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 깊숙하게 자리잡은 잠재의식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노동법 단속과 세탁기계 교체문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경기부진 여파로 힘든 2007년을 보낸 의류, 봉제, 세탁업계를 이끌어가는 협회장들은 보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와 하나로 뭉쳐진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하기에 앞서 먼저 반성부터 해야할 일이다. 그간 과연 회원들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를 말이다.

50%, 20%, 40%-. 이는 해당 한인업체들 중 의류, 봉제, 세탁협회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비율이다. 평균적으로 36%만이 동종업계의 이익단체라는 협회를 믿고 따른다는 얘기인데 다시 말하자면 그 두배에 가까운 64%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한 봉제협회 이사는 지난 연말 한 모임에서 90년대에 600개가 넘는 회원사가 있었다면서 자랑스럽게 당시의 활동상을 풀어놓았다.

하지만 200여 회원사로 급감한 오늘날의 위상에 대해선 그저 경기 탓으로 돌릴 뿐이었다.

가격 현실화와 노동법 단속에 따른 빠른 정보교류,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등 협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기 앞서 10여년 동안 서서히 스스로 허물어뜨려버린 회원사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이 앞서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강조하듯 리더와 보스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권위를 앞세워 군림하기를 바라는 보스보다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간다면 자연스런 신뢰회복 속에 회원들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과 어려움을 함께 의논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어 간다면 뭉쳐서 극복해왔던 지난 역사처럼 현재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회원들 역시 공익을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는 리더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동참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리더십이 있다 해도 그에 대한 지지나 믿음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무보수로 수행하고 있는 협회장 자리가 더 이상 개인적 명예를 챙겨가며 보스로 남을 수 있는 위치는 못된다.

회원사들의 신뢰 속에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명함을 발휘할 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또 다른 사례를 만드는 2008년이 될 것이다.이경준 기자 /미주본사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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