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를 보면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고 메시지가 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마침내 이겨내는 인간승리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초등학교 때 관람했던 ‘섬개구리 만세’가 그렇고 ‘아름다운 꼴찌’팀의 패전 처리 투수 대명사 감사용의 인간승리를 그린 ‘수퍼스타 감사용’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이야기를 다룬 ‘챔피언’이 우리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지난주 모처럼 시간을 내서 올해 초 한국에서 개봉, 예상을 뒤엎고 409만관객을 동원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을 보기위해 극장을 찾았다.
야한 장면 하나 없고 이혼한 여자, 사업에 망한 후 폐인이 되어 방황하는 남편을 둔 여자, 불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는 여자, 이런 기죽어 사는 30대 아줌마들이 그것도 인기가 없는 핸드볼 경기를 통해 펼쳐지는 간편한 스토리의 영화인데 왜 그렇게 짠한 감동을 주고 있을까?
무엇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보면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게 했을까? 답은 영화안에 있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문소리가 한국에서 남편이 약을 마시고 자살미수에 그쳐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전화를 받고 공항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귀국을 단념하고 경기장으로 되돌아와 동료선수들 속으로 뛰어 든다. 팀의 일원으로 개인적 아픔 때문에 팀을 빠져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금메달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그때 감독도 선수들도 모두 감동하여 쫓기던 경기가 다시 깡다구와 투지로 살아난다.
그리고 잠시 후 감독은 말한다.
“져도 좋다. 약속해라. 져도 울지 않겠다고. 지금 우리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와 있다.”
흔히들 스포츠 영화, 여성을 주제로 한 우리사회 비주류(非主流)의 이야기는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는 극장가의 징크스가 있다. 그런데 ‘우·생·순’이 이런것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억척스럽게 ‘깡다구’하나로 에너지를 삼는 핸드볼 여자주인공들이 좋은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나는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하고 열등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여자에게는 ‘사랑’만 있지 ‘우정’은 없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 그리고 비주류에 속해 살망정 그 밑에 흐르는 의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특히 요즘 선거철이 되면서 이 정당, 저 정당 기웃거리는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잘 배우고 출세하며 잘 살았다는 사람이 선거 때마다 출마 정당의 간판이 달라지는 ‘철새’의 생리는 무엇인가?
‘우·생·순’을 보면 ‘철새’는 자책감을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우·생·순’의 선수들은 대한민국에 영광을 안겨 주었지만 후한 포상은 고사하고 취업 자체가 위태로워도 끝까지 팀의 간판을 사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편의 생사가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팀을 떠나지 못하고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1등만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고 있는 ‘성공제일주의자’들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으고 비장하게 한 말-’져도 좋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고 한 말은 도전의 마당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마치 ‘성공한 혁명만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는 실패한 혁명이 더 위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꼭 국회의원이 되고 고위직에 오르며 일류 학교를 나와야 ‘최고의 순간’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도전하는 삶 속에 당신에게도 ‘최고의 순간’은 주어진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마지막으로 남겨 주는 것 같다.
방대현/편집팀장·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