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행장 유재환)이 가장 먼저 인력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인은행가가 술렁이고 있다.
중앙은 본지의 보도가 나간 16일 “최고대출책임자(CLO) 및 부행장급 2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의 감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후임자의 인수인계는 마무리 됐으며, 인력감축에 포함된 2개 지점의 지점장 자리는 내부적으로 충원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중앙이 이번 조치로 줄이는 비용은 100만달러 수준이다. 유재환 행장은 “떠나게 되는 직원들에 섭섭함이 크지만 은행의 장기적인 건실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며 “고객들을 위한 내실있는 최상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에 은행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일때마다 구조조정 이야기를 입에 올리며 위기의식을 느끼는 모습이다. 한 은행 직원은 “은행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들이 많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앙의 이번 결정은 지난 연말부터 나돌기 시작한 은행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의 시발탄이 될 전망이다. 20~30%대의 고속성장을 수년간 계속해온 한인은행들의 조직은 이같은 성장세에 맞춰 커졌지만 시장상황이 한순간에 급변하게 되자 업무량이 그리 많지 않은 잉여인력에 대한 ‘가지치기’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앙이 먼저 칼을 뽑은 이상 눈치만 보던 다른 은행들이 이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 간부는 “시장이 꺾이면서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돌게되니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윗분들 입장에선 이 참에 내보내고 싶던 사람을 내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모 은행은 주주총회가 끝나는대로 인력감축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은행가에 인력감축 바람이 분다고 가정했을 경우, 은행들이 인력난으로 스카웃 전쟁을 벌이던 당시 이 기회를 한껏(?) 이용해 능력 이상의 대우를 받고 자리를 옮긴 이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능력과 기여도가 받는 월급과 매치되느냐’라는 인력관리(HRM)의 기본이 다시 부각되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회주의자라도 능력이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능력에 비해 월급이 높다면 제거 대상일 공산이 크다”며 “은행 입장에선 직원 개개인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은행이 필요할 때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부분도 고려되야 한다”고 밝혔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