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한인은행들이 운영하고 있는 전화 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은행측으로서는 몰려드는 고객문의를 보다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자동응답시스템이지만 이런 시스템에 익숙지 못하거나 여전히 직원과의 통화를 선호하는 고객들로선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최근 잔고 확인과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볼 겸 거래 은행의 지점에 전화한 A씨는 20분간을 시도하다 결국 은행 본점의 기업 론 파트 담당자에게 돌아간 전화로 헛발질을 해야 했다.
전화 자동응답 시스템 속을 헤메다 헤매 여기까지 흘러간 것이었다.
A씨는 “무얼 어떻게 눌러야 내가 원하는 사람과 통화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가 여간 어렵다”며 “담당자 이름을 모르면 아예 교환번호를 누를 수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며 자동응답시스템에 불편함을 지적했다.
고객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전화 자동응답시스템은 거의 모든 대형 주류은행은 물론 지점수가 비교적 많은 편인 한미, 나라, 윌셔, 우리아메리카 등의 한인은행들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 한인은행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80~90%에 가까운 전화문의가 구좌 잔고 확인이나 영업시간 문의 등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질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간단한 대답을 얻기 위해 일일히 직원에게 전화해 묻고 확인할 수도 있지만 번호 몇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자동응답시스템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직접 전화상담을 원하는 한국적인 문화에 익숙한 한인 고객 입장에서는 한인은행들의 자동응답시스템에 아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가뜩이나 주류은행들과는 의사소통도 쉽지 않고 전화를 걸면 기다려야 하는 대기시간도 긴데, 한인은행에서마저 따뜻한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면 섭섭할만도 하다.
한인은행을 쓰는 한 고객은 “어차피 대출건과 같은 복잡한 일을 전화로 할 것도 아닌데 얼마 안걸리는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주는 직원의 목소리는 은행 이미지를 좋게 만들지 않겠냐?”며 한인은행의 전화 상담은 고객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경우 모든 지점이 문의 전화에 직원이 직접 응대하는 시스템과 자동응답 콜 센터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를 통해 잔고 확인 등의 업무를 대신해 지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굳이 통화를 원하는 고객이라면 지점 차원에서 적극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 은행의 박인영 홍보담당은 “고객이 원하는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두가지 모두 하고 있다”며 “콜센터로도 부족하면 0번을 눌러 고객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어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접수는 없다”고 밝혔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