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파산위기에 처한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회생시키기 위해 결국 구제금융을 동원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AIG의 지분 80%를 담보로 850억달러의 구제금융(브리지론)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RB가 AIG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로버트 윌럼스태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멤버들은 대폭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 등이 상ㆍ하원 지도자들을 만난 뒤에 나왔다. 폴슨 장관은 이날 오후 5시쯤 상원 다수당 대표인 해리 레이드 의원에게 전화한 뒤 오후 6시30분께 AIG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FRB는 앞서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판단, 골드먼삭스와 JP모건 등에 750억달러 규모의 AIG 구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골드먼삭스 등과의 협상 타결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구제금융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AIG가 무너질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컸기 때문이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조지 부시 대통령 주재로 폴슨 장관과 버냉키 의장, 증권거래위원장 및 상품선물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금융대책팀 회의를 했으나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양춘병 기자
미 정부는 그러나 이번 문제해결 과정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강조했던 ‘민간 기업(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불가’ 원칙을 며칠 만에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됐다.
‘원칙적으로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을 고수해온 미국 정부가 왜 이렇게 다급한 무리수를 뒀을까.
우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의 무게감이다. 만약 정부가 AIG의 운명을 시장에 맡겨뒀다면 금융위기의 피해는 월가를 넘어 실물경제 전역으로 확산되는 ‘전방위 금융 공황’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AIG는 세계 130여개국에 70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또 워싱턴 뮤추얼 등 수많은 사망선고 ‘대기자’들의 명줄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만의 추락’으로 자위할 수 있는 몇몇 투자은행(IB)의 파산과는 그 성격과 영향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에다 골드먼삭스 등 시장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지원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정부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정부가 일련의 금융위기 과정에서 ‘실패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정부통제형 자본주의 모델의 사례를 남김에 따라 향후 미국식 자본주의의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춘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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