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魔의 1주일’…버틸 자금은 있나?

미국 의회의 금융구제법안 부결로 미 정부와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수정, 통과시켜 준다 해도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일주일. 미 재무부와 FRB가 현재 동원 가능한 ‘실탄’은 얼마나 될까. 또 이 자금만으로 요동치는 금융시장위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

▶남아 있는 돈은?=29일 워싱턴포스트 지에 따르면 올 들어 미 재무부와 FRB가 금융권에 투입한 공적 자금은 이달 초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최대 2000억달러를 지원한 것을 포함해 총 5570억달러다. FRB는 이 가운데 경매 방식을 통해 은행권에 1830억달러를 대출해주는 데 썼고, 투자은행에도 600억달러를 빌려줬다. FRB는 또 파산위기에 몰린 AIG에 850억달러를 지원했고, 지난 3월 JP모건체이스가 미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를 인수할 때도 290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종합해보면 재무부와 FRB가 이미 쏟아부었거나 제공을 약속해둔 공적 자금이 이미 각각 2000억달러와 3570억달러에 달한다. FRB가 올해 쓸 수 있는 총 재원(財源)은 9780억달러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 FRB가 추가 집행할 수 있는 공적 자금은 6210억달러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자금 역시 무너져가는 금융회사를 구제하기 위한 용도로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FRB가 금융회사 구제를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담보물이나 채권.우선주 등이 확보돼야 한다. 최근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를 살리기로 하고 구제금융을 단행할 때에도 FRB는 실제로 제3의 기관을 내세워 AIG의 우선주를 확보하고 특별 대출을 해주는 간접 지원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담보 확보가 어려운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그나마 있는 공적 자금도 투입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 FRB가 시장에 개입해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자유롭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재원을 모두 사용할 경우 중앙은행으로서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점도 문제다.

▶선별 구제? 시장원리에 맡긴다?=FRB가 지닌 한계로 인해 이번에 부결된 구제금융법안에는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기존 10조6150억달러에서 11조3150억달러로 늘이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하지만 의회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미 정부는 현재 가능한 부채 한도에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금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미 정부가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위기에 몰린 대형 금융회사 가운데 시장에 미칠 파문이 큰 곳에 한해 지금처럼 선별적으로 구제금융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미 최대 규모의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최대 소매보험사인 AIG에 대한 구제금융 이후에도 금융시장이 더욱 요동쳤다는 점에 비춰 선별적인 구제금융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미 정부나 FRB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파산위기에 몰린 금융회사들을 구제하는 대신 시장원리에 맡겨 파산할 기업은 파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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