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은 다음 차례는 어디라는 살생부가 나도는 도미노 파산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투자은행과 달리 유동성 위기까지는 겪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 4위의 상업은행인 와코비아가 씨티그룹에 넘어가면서 금융권에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럽 은행과 모기지 업체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9일 줄줄이 공적 자금이 투입되자 공포심이 대서양을 건너 미 월가에 다시 확대 재생산되는 분위기이다.
▶다음은 누구?=이날 뉴욕의 다우지수가 70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금융주들은 공매도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오하이오 주 소재 지역은행인 내셔널씨티의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공포심의 희생타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어느 지역은행이 합병 파트너가 필요한지에 대한 추정과 분석이 나돌기 시작했다.
시장의 공포심이 멀쩡한 금융기관도 도미도 파산을 일으키는 신흥시장에나 있을 법한 패닉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RDM파이낸셜그룹의 시장전략가인 마이클 셸던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역은행의 파산 우려를 언급하며 “모기지 시장의 부실 때문이건, 단순한 경기 둔화 때문이건 도움이 필요한 지역은행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안 늦으면 줄도산 우려=금융시장에서는 미 의회의 구제금융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금융시장에 엄청난 신용경색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금융안에서 7000억달러를 투입해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정리해주기로 하면서 정부의 구제금융안 발효를 기다리며 버텨왔던 부실 은행들이 백기를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야가 구제안에 갑론을박하는 사이에도 모기지 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이 JP모건체이스에 넘어가고, 와코비아가 씨티그룹에 인수되는등 대형 금융사들도 이 사이를 못견디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 금융시장에서는 만일 미 의회가 구제금융안의 처리를 지연시킬 경우 이번주 안에라도 돈줄이 마른 대형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도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제안이 늦어지면 비교적 건전한 지방의 중소 은행들에도 인수.합병(M&A)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실 자산을 인수해주지 않으면 금융회사들은 파산위기에 몰리기 전에 헐값 세일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와 관련, 30일 리먼브러더스를 파산하도록 방치한 미 정부의 조치가 시중은행들에도 정부 구제에 기댈 수 없다는 공포심을 주면서 연쇄 신용경색 현상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월가의 한 시장 관계자는 정부의 구제안이 “불안한 금융시장의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 효과는 의문스럽긴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구제금융안밖에 기댈 곳이 없다”면서 “대책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실행해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아주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고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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