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진영 씨의 위암 투병 소식 등 유명 인사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암의 무서움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남의 일로 치부하고 금세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바로 이런 느긋한 인식이 암의 조기 발견을 막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5대 암 중 여성 암인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의 경우도 의학기술의 발전에 비해 예방 노력과 정기 검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최근 발표한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2006년 신규 유방암 환자는 여성 인구 10만명당 46.8명이었다.
이는 10년 전인 1996년보다 무려 3배나 증가한 수치로, 매년 10%씩 유방암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여성 암이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의 발병률을 합산하면 여성이 걸리는 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국내 평균 폐경연령대를 50대로 볼 때 40대 이하의 폐경 전 유방암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인 56.6%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 서부 유럽 등 선진국에선 70대까지의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빈곤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암이라 후진국형 암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발병률이 가장 높다.
자궁경부암 역시 미흡한 검진율이 발병률을 높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조사한 국내 자궁경부암 수검률은 57%로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미국의 77%보다는 20%포인트나 낮았다.
▶유방암 자가진단 어려워, 정기 검진 필요
유방암은 진단이 어려운 편이다. 자가진단법이 나와 있지만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멍울이 만져지는 것만으론 암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 정기 검진 때는 아무 이상이 없다가 그 후에 발병해 급속히 진행하는 ‘간격암’도 있다. 그렇다 해도 유일한 대안은 정기검진이다.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할 경우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30%가량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유방암은 한 번 치료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유방암의 재발률은 20~30%다. 재발 환자 중 70.9%가 수술 후 3년 내, 92%가 5년 내 재발한다고 유방암학회는 지적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의사의 추적 검사를 받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정기검진
자궁경부암은 암 중에선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현재 시중에 나온 백신은 지난해 출시된 가다실과 최근 등장한 서바릭스 2종이다.
백신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입증된 면역 지속기간은 각각 5년, 6.4년에 불과하지만 제약사 측은 그보다 훨씬 길게 효과가 유지돼 추가 접종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한 접종 연령대는 가다실이 9~26세, 서바릭스가 10~25세다.
30, 40대도 제품설명서에 기재된 사용상 주의사항을 근거로 임상 의사의 재량에 따라 접종 가능하다. 실제 일부 국가는 두 백신의 접종 연령을 45세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들 백신은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접종 비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이달 출시된 서바릭스는 1회 약 15만원, 가다실은 약 25만원으로, 총 3차례의 접종을 받는 데 45만~75만원의 비용이 든다. 서바릭스보다 비싼 가다실은 조만간 비슷한 수준으로 약가가 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정기검진을 걸러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균관의대 산부인과의 김병기 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2개의 백신은 전체 자궁경부암 원인 중 약 70%를 막아주는 것이므로 모든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