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마지막 카드’ 약될까 독될까


▲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직원이 TV를 통해 16일 발표된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한 CNN의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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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로(0)금리’와 통화 무제한 공급이라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쌍두마차 체제로 구축했다.

통화 무제한 공급 의지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빼든 것이다. 이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극약처방 ‘제로금리’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제로금리나 다름없는 0~0.25%로 운용하겠다고 결정한 직후 미 언론들은 “FRB가 디플레이션과 전쟁을 선포했다”고 평가했다.

0~0.25%의 금리는 앞으로 더는 내리기가 어려운 마지노선으로, 핵심 통화 정책 수단인 금리 조정이 무력화된 것이다. 앞으로 정례 FOMC회의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FRB가 “경제가 어려우니 금리를 올리지 않고 계속 제로 수준에서 묶어두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FOMC의 이 같은 대처를 가리켜 전쟁 돌입과 같은 비상 상황이라는 ‘데프콘 1’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FRB 무제한 자금 공급
FRB가 통화 정책 방향을 국채와 모기지 채권의 대규모 매입 등을 통해 통화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양적 완화’로 전환키로 한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선언이다. 디플레이션이 가시화하고 있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면서 자금 경색을 해소하는 안을 택한 것. FRB는 앞으로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식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자금을 풀게 된다.

이 경우 이 국채를 보유한 금융사들은 FRB로부터 직접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장기 국채금리를 떨어뜨려 가계 및 기업들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뉴욕 맬런은행의 마이클 울포크 수석 통화전략가는 “이는 매우 독창적이며, 미 소비자와 금융시장을 위한 최상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FRB는 종전까지는 목표 정책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및 모기지 증권 매입 등 단기시장에서 자금을 공급하거나 흡수하는 이른바 ‘공개시장 조작’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관리해왔다.

<’양적 완화’ 정책이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은 정책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했을 때 동원되는 수단이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경우 중앙은행은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경기를 부양한다. 그러나 정책금리를 계속 인하해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이 계속되고 경기하강이 멈추지 않는 비정상적인 시장상황에서는 금리정책을 포기하고 통화량 자체를 늘리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펼 수 있다.

방법은 중앙은행이 장기물 국채를 직접 매입함으로써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양적 완화 정책은 ‘제로금리 + 통화량 공급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 장기 국채를 보유한 금융기관에 유동성이 직접 공급돼 이론적으로는 해당 금융기관이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 또 국채를 기준으로 한 여타 주요 실세금리가 인하돼 시중에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 중앙은행이 ‘큰 손’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왜곡되는 폐해가 초래된다. 장기적으로는 통화가치의 약세(미 달러화 약세)와 함께 외국인 투자의 위축, 인플레이션의 유발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또 다른 거품 유발 우려도
물론 채권 가격 왜곡과 또 다른 거품 유발, 달러화 약세, 외국인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양적 완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동원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실패 시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성과 시장의 자율적 회복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그러나 “차라리 거품이 생기는 것이 대공황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인플레 거품에 대한 걱정은 나중에 하고, 큰불부터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반응도 엇갈렸다. 6일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360포인트 가까이 급등해 모처럼 활짝 웃었다. 또 미 모기지 채권 및 국채 수익률이 하락해 주택시장 회복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미 달러화 가치는 추락했다. 이날 달러는 2개월여 만에 유로당 1.4달러 선을 넘어 약세를 보였다.

한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이날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미국의 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내년 혹은 그 이듬해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 채무가 계속 늘어나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가면 신용 등급 재검토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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