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연방 재무부의 금융안정화계획이 발표됐지만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처참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발표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다우지수가 4.62%, 나스닥이 4.20%, S&P500지수가 4.91% 각각 하락했다.
경제활성화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강한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음에도 시장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까닭은 무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뭔가’가 없다는데 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부시 행정부 시절 나왔던 구제금융안(TARP)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은 물론 불확실성을 제거했어야 할 새 계획이 되려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는 비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계획이 어떻게 실전에 적용될지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하나는 새 계획이 전반적인 방향설정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계획은 거창하게 발표됐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이 계획이 실행될지에 대한 언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투자자와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는 동시에 은행들의 악성자산을 제거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현 금융위기의 가장 큰 난제 가운데 하나인 악성자산의 가격 책정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민관 투자펀드(Public-Private Investment Fund)에 대한 부분에서 ‘민간 매입자들이 가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표현만으로 이에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의 시장 폭락을 설명할 유일한 긍정적인 분석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투자 격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이번 사례만 해도 재무부가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장은 크게 뛰었고 실제 계획이 발표되자 크게 떨어졌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도 들어맞고 있는 몇 안되는 투자원칙 덕분(?)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정부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보다 자세히 알고나면 이날의 폭락세는 금세 만회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도 나온다.
투자기관 ‘하트포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전문가들은 하루하루의 이벤트보다는 시장의 본질적인 움직임을 보는 편”이라며 “거시경제 지표가 안정화되고 기업들의 수익이 정상화되는 소식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야말로 주식시장이 제대로 오르기 시작할 시기”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