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명품조연’ 시대

’7급공무원’에서 강지환의 상사로 나오는 류승룡과 김하늘의 선배로 나오는 장영남이 없었던들, 영화가 그렇게 탄력이 있었을까.
 
최근 한국영화에서 조연의 열전이 돋보인다. 때로는 주연이 마음껏 빛을 발하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밋밋한가 싶으면 톡쏘는 양념이 된다.

지난달 29일로 100만명을 넘긴 코미디영화 ’7급공무원’에선 류승룡과 장영남이 주연 못지않은 ‘넘버2′다. 류승룡은 부하직원 강지환을 무시하기 일쑤인 무서운 상사이자 국정원의 베테랑 요원이지만, 허술한 구석과 인간적 의리가 있는 인물. 장영남은 김하늘의 연애를 상담해주며 맛깔난 추임새를 넣어준다.
 
류승룡과 장영남 둘 모두 공연 작품 목록이 만만치 않은 연극배우 출신이고, 영화계에선 장진 감독 영화에 유난히 많이 나와 ‘장진사단’으로 통한다.
 
주연급 조연 역할로는 ‘박쥐’의 김해숙을 빼놓을 수 없다. 김혜자와 함께 TV에서 ‘국민어머니’ 이미지를 구축하더니 이번 작품에선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어머니이되, 자애롭고 헌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신경질적이고 조울증적이며 아들에게 정신병적으로 집착하는 캐릭터다. 그의 아들로 분한 신하균도 병약하고 이기적이며 유아적인 아들이자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뱀파이어 신부 송강호의 아버지 같은 노신부 박인환, 마작 멤버인 오달수, 송영창도 대사 한 마디에 내공을 응집시키는 ‘조연의 달인’다.
 
‘인사동 스캔들’은 최근 영화계에서 잘 나가는 조연을 다 불러모은 듯하다. 조연으로서는 ‘올스타급’이다. 안견의 벽안도를 둘러싼 미술계의 음모와 쟁탈전을 그린 이 영화에서 주연인 김래원과 엄정화를 중심으로 임하룡 고창석 김병옥 홍수현 오정세 지대한에 아나운서 출신 최송현까지 포진했다.
 
이름만 들어서는 잘 모른다면 ‘영화는 영화다’의 봉감독(고창석)과 여배우(홍수현), ‘친절한 금자씨’의 전도사 혹은 ‘올드보이’의 비서(김병옥) 등으로 소개하면 무릎을 탁 칠 배우들이다.
 
이들 영화에서 주연배우의 연기도 명성 못지않지만, 조연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주연배우 보러 왔다가 이들 때문에 울고 웃는 장면도 적지 않은 명품 조연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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