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몸에 착 달라붙는 얇은 옷을 입고도 떨지 않는다. 한여름엔 긴팔을 입고도 땀 한 방울 안 흘린다. 똑똑한 옷 덕분에 계절을 거스르면서도 맵시가 산다. 활동성에 세련된 디자인으로 멋을 내던 옷이’기술’을 입은 덕분이다.
핸드폰이나 취업준비생에게만 ‘스펙’이 있는 것이 아니다. 패션에도 스펙이 있다. 그 중에서도 디자인은 살리면서 앞선 기능을 보유한 ‘스마트 패션’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갈수록 높아가는 의류의 지능은 스마트 패션의 면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역과 분야를 넘나드는 똑똑한 패션의 진화상 속에 패션의 미래가 보인다.
자외선 97% 차단하는 똑똑한 교복 아이팟 장착된 배낭·재킷도 눈
▶1g이라도 가볍게=슬림한 라인과 캐주얼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기능성이 가장 강조되는 아웃도어에서 중요한 것은 무게. ‘누가 더 가볍냐’에 승부를 건 아웃도어는 1g이라도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살을 빼고 있다.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 ‘버그하우스’는 최근 초경량 봄 산행 재킷을 선보이는 ‘에어 재킷 기프트’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 에어 재킷은 발수, 방풍 기능이 뛰어나면서도 초경량의 에어 포일(Air foil)을 소재로 해 무게가 100g 내외인 초경량성 재킷 11개 스타일을 선보였다. 100g이면 달걀 2개 정도의 무게다. 버그하우스의 엄재은 브랜드장은 “주먹만한 크기로 말아 배낭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다”며 “아웃도어 의류에서는 무게가 곧 휴대성인 만큼 기능성이 초경량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은 ‘토렌트 플라이어 재킷’에 방수ㆍ방풍ㆍ투습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퍼포먼스 프로쉘을 소재로 사용했다. 기존 제품보다 얇고 가벼운 심테이프를 사용하고 원단을 맞댄 부분을 없앤 스마트 소잉 공법으로 무게를 줄였다. 코오롱스포츠도 재킷과 셔츠, 바지 등 3종의 무게 합계가 330g밖에 안 되는 초경량 등산의류 패키지를 선보인 바 있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이더 역시 최근 초극세사 원단을 사용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초경량 재킷을 내놨다. 베아트릭스 재킷의 경우 여성용 기준으로 한 벌의 무게가 79g에 불과하다. 후드가 달린 아레스 재킷은 83g.
▶교복도 자외선 차단, IT와 결합도=스마트 패션의 영역 넓히기는 옷의 종도 넘나든다. 주로 아웃도어나 스포츠 의류에 있던 자외선 차단 기능이 학생의 피부 보호를 위해 교복으로까지 들어온 것. 아이비클럽은 올해 처음 선보인 와이셔츠와 블라우스에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쿨맥스 UFP 섬유를 사용했다. 등ㆍ하교길 학생의 자외선 노출을 막기 위해서다. 쿨맥스 UPF 섬유의 자외선 차단율은 97.5%. 피부에 직접 바르는 자외선 차단지수 30의 화장품이 96.6%인 만큼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화장품을 바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권수정 아이비클럽 마케팅팀 담당자는 “자외선 차단지수 30의 화장품도 지속시간은 7~8시간에 불과한 반면 아이비클럽의 하복 상의 신제품의 자외선 차단 기능은 영구적”이라며 “보통 9월 말까지 하복을 입는 것을 감안할 때 와이셔츠와 블라우스 착용만으로도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IT와 결합한 첨단 디지털 패션으로 ‘스마트’를 뽐내기도 한다. 지난해 배낭 속 아이팟을 꺼내지 않고 컨트롤할 수 있는 백팩인 ‘아이팩(i-pack)’과 ‘아이시리즈(i-series) 재킷’을 출시한 코오롱스포츠는 올 하반기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아이시리즈 재킷은 소매나 가슴 부분에 부착된 센서를 이용해 아이팟을 직접 컨트롤하지 않고서도 조작할 수 있다.
▶방수, 보온, 통풍을 넘어 온열, 냉각, 발광까지=스마트 패션이라면 방수, 통풍, 습건은 기본으로, 기능성에도 언급되지 않는다. 여기에 빛을 내거나 온열, 냉각까지 더해져야 진정 ‘똑똑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헤드는 지난해 겨울 발열 소재 ‘히텍스’를 적용한 스키ㆍ보드복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히텍스’는 전도성 고분자를 섬유에 적용해 전기 통전 시 열을 발생시키는 발열 스마트 섬유다. 섬유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체온을 유지하고 습도를 조절 해주는 것이다. 외부 환경 온도에 따라 최저 35도에서 최고 50도까지 사용자가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무선 리모컨으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최대 7시간까지 발열 상태가 유지된다. 겨울엔 추위, 여름엔 더위다. 코오롱스포츠가 올여름 찾아올 무더위를 겨냥해 내놓은 ‘UV-CUT COOL(UV-컷 쿨)’ 티셔츠와 바지는 자외선 차단은 기본이다. 특수처리된 다층 구조의 마이크로 캡슐로 피부 냉각과 보습 효과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섬유 표면에 가공한 마이크로 캡슐은 수성막과 기름막을 양파와 같이 서로 다른 층막 구조로 제작한 특수공법으로 만들어졌다. 수성막에 함유된 자일리톨이 휘발하면서 냉각을, 실크 프로틴은 보습 효과를 주는 것이다. 제냐스포츠가 선보인 ‘프리웨이 재킷’의 경우 재킷 칼라 부분에 LED(발광다이오드) 램프가 장착돼 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밤중에 타더라도 운전자가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다. 윤정현 기자 그래픽=이은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