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지난달 31일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12억유로 규모의 은행 보증기금을 만들기로 하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권의 이른바 은행세 도입이 확산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이날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각료회의에서 은행의 보증기금으로 연간 10억달러에서 12억달러를 적립한다는 내용의 은행세 도입방안을 승인했다. 앞서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은행들로부터 향후 10년간 900억달러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은행세 도입을 시행하게 됐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이날 참석한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은행 보증기금 방식의 은행세 제도가 “금융기관의 시스템 위험을 어떻게 줄일지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은행세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지난달 독일에 다른 유럽국가의 경제 회복을 위해 수출을 자제하고 내수를 진작하라고 지적했다가 양국관계가 급랭하자 화해 차원에서 양국의 경제정책 공조를 보여주기 위해 이날 사상 처음으로 독일 각료회의에 참석했다.영국의 앨리스터 달링 재무장관도 이날 세계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보낸 서한을 통해 G20 국가들이 전 세계적 차원의 은행세 도입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혀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에서 각국의 은행세 도입 방안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G20 재무장관들은 4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은행세 도입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은행세 도입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이 협의 중이지만 나라별로 추진하는 과세 방식이 달라 아직 단일 방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과세를 통한 구제금융 환수 방식으로 지난 1월 독자적인 은행세 징수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금융위기에 대비한 일종의 보증기금 방식을 추진해왔고 영국은 부실 금융사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날도 영국의 달링 재무장관은 독일의 보증기금 방식 은행세 방안에 대해 “은행세가 각 금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보험 같은 것으로 간주돼서는 곤란하다”면서 은행세가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하지 않고, 국고에 직접 편입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지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