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으로 세끼 때워 버클리 합격…이번엔 학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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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리틀도쿄마켓플레이스에서 캐시어로 일을 하고 있는 저스틴 장군. 하루 세끼를 거의 매일같이 라면으로 때우며 고학한 끝에 오는 8월 UC 버클리로 진학한다.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식사 대신 거의 매일 라면을 먹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불밝혀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 끝에 명문 UC버클리에 합격했다. 이번엔 학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리틀도쿄 마켓 플레이스(대표 스티브 권)’에서 캐시어로 일 하는 저스틴 장(18)군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저스틴은 도박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를 따라 LA에서 자랐다. 외아들을 잘 키우겠다는 일념에 어머니는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저스틴을 사립 학교로 보냈다. 어머니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어린 저스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시작됐다.
 
9학년 때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6개월이나 학교를 다니지 못한 저스틴은 수소문 끝에 베니스와 피겨로아에 있는 차터스쿨 ‘닥터 올가 모한’ 고등학교로 전학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리를 다쳐 경제력을 상실했다. 이 기간 저스틴이 옮긴 거처만 무려 스무 군데가 넘었다.
 
지난해에는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마저 요양차 멀리 떠났다. 부모가 살아 있지만 졸지에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저스틴은 친구 집을 전전하다 조그만 자취방을 하나 얻어 혼자 생활하고 있다.

체류비자는 만료돼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었다.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절망의 나락에서 방황하던 저스틴을 구해낸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3개월 동안 새벽기도를 꾸준히 다녔다. ‘어떻게든 빨리 성공해 온 가족이 다시 모여 생활하고 싶다’는 일념이 저스틴의 마음에 가득 찼다.

“동기가 확실해지니 나태해질 틈이 없었어요. 배고픔을 참기 위해 라면을 먹었습니다. 어떻게든 배를 채워야 학업에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저스틴이 좋아하는 것은 신라면과 안성탕면. 때로는 짜파게티만 일주일 내내 먹은 적도 있다. 그래야 다음에 먹는 신라면이나 안성탕면의 맛이 더욱 좋아지더란다. 라면 외에 이렇다할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니 결국 탈이 났다. 지난해 1월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그래도 절망하지 않았다. 키는 작지만 농구팀에서 포인트가드로 4년간 활약했고, 리사이클링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든 ‘그린 클럽’의 회장도 맡았다.
 
또 드림 법안이 통과되도록 앞장서는 ‘드리머스 클럽’도 직접 창설했다. 어떻게든 일을 하고 싶다는 저스틴의 간절한 소망은 올해 초 드림법안 통과로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

당당히 노동허가를 받은 저스틴은 3월부터 리틀도쿄마켓플레이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오후 3시 반 학교를 마치고 난 후 일터로 가서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캐시어를 봤다.
 
졸업을 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6월부터는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GPA 4.4에 SAT 2,272점을 받은 저스틴은 대부분 UC 계열의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은 뒤 고민 끝에 버클리를 택했다.

“전액장학금은 받지 못했지만 그마나 다행히 1년에 8천달러만 내면 버클리를 다닐 수 있게 됐어요. 현재 다니고 있는 한소망교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도 2천달러를 장학금으로 주었어요. 그래도 1,600달러 정도가 부족하네요.”

올해야 어떻게든 학비를 마련하겠지만 저스틴의 고민은 그후부터다. 대부분의 장학금은 1년 후에 끊기게 마련이어서 남은 3년간 학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막막한 것이다.

저스틴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로 가서 미션 스쿨을 설립하는 것이 새로운 꿈이다.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처해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한다. 이제 8월이면 저스틴은 버클리로 떠나야 한다.

“아무래도 라면을 먹을 기회가 적어지겠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라면은 꼭 사들고 갈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라면 먹는 걸 싫어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앞으로도 힘든 일이 생기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 날을 기약하며 더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버클리에는 저보다 훨씬 똑똑한 친구들이 굉장히 많을 테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

손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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