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한국 전통혼례 행렬 ‘눈길’

 ▲ 샌프란시스코서 열린 전통혼례 재현행사
9일(현지시간) 오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에서 주 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미술관 측의 공동 주관으로 ‘조선시대 양반 혼례 재현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9 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광장.

한글과 영문으로 된 큼지막한 깃발 두 개를 앞세운 행렬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맞은편에 있는 보자르 양식의 건물로 들어갔다.

형형색색의 한국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이들은 꽹과리, 북, 태평소를 요란하게 울리면서 정문을 줄지어 통과한 후 반들반들 빛나는 대리석 계단을 거쳐 2층으로 향했다.

이들이 들어선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Asian Art Museum) 삼성홀에는 ‘조선시대 양반 혼례 재현 행사’를 보러 온 관람객 300명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표가 매진된 지 오래여서 자리가 모자랐기 때문에 주최측 관계자들은 대부분 선 채로 행사를 지켜봐야만 했다.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가는 ‘초행(初行)길’, 신부의 부모가 신랑을 맞아들여 기러기를 받는 ‘전안례(奠雁禮)’,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대면해 절하는 ‘교배례(交拜禮)’, 신랑과 신부가 술잔과 표주박에 담긴 술을 나눠 마시는 ‘합근례(合근<丞+乙>禮)’ 등이 전통 절차에 따라 치러졌다.

 이날 주최 측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혼례 절차의 의미를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했으며 식이 끝난 후 별도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왜 신랑 신부가 한 번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최 측이 “앞으로 계속 둘이 오래 살 텐데 지금은 일부러 떨어져 있으면서 애틋함이 더해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혼례가 끝난 후에는 ‘사랑가’와 삼고무(三鼓舞) 등 부부를 위한 축하 공연과 관람객들이 직접 참가하는 혼인 축하 행렬이 이어졌다.

공연에는 재미 무용가·안무가인 옹경일 씨가 이끄는 ‘옹경일 무용단’,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학생들의 한국 전통 타악기 그룹인 ‘에고’ 등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미술관 측과 공동 주관한 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한동만 총영사는 인사말에서 “이번 행사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좋은 예가 될 것이며, 한국과 미국의 상호 이해를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신랑·신부 역을 맡은 스티븐·에스더 리 씨는 진짜 부부다.

 신랑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고 신부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화교다.

이들은 작년 이맘때 서양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으나, 이번에 결혼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한국식 전통 혼례를 치렀다.

가계 혈통은 각각 한국계·중국계지만 미국식으로 자랐고, 한복을 입어 본 것도 난생처음이다.

신랑 스티븐 리 씨는 “옹경일 선생님의 권유로 이번에 전통 혼례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에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부 에스더 리 씨는 이번 행사가 ‘뿌리를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작년에 미국식으로 결혼식을 준비했을 때는 한국적 요소가 전혀 없어서 서운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전통 혼례를) 올리게 돼서 무척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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