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돌입 KBS, 1년 준비 선거방송 어쩌나

공영방송 KBS가 ‘정지’됐다.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양대 노동조합의 무기한 전면파업으로 방송 파행이 심화되고 있다. 코 앞에 닥친 6ㆍ4지방선거방송은 KBS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KBS노조(1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지난 29일 공동파업에 들어갔다. 2010년 새노조가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동시파업은 그 전날인 28일 정기이사회에서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의 표결이 선거 다음날인 6월 5일로 미뤄지며 결정됐다.

KBS 직원 4700여명 중 3900여명이 참여한 총파업의 여파는 바로 나타났다. 일단 ‘KBS의 얼굴’이 줄줄이 교체됐다. 양대 노조에 소속된 80여명의 아나운서 전원이 파업에 동참한 상황에서 아나운서국은 부장과 팀장 등 간부급 직원 10여 명이 업무를 진행 중이다. 기자 출신 최영철 앵커가 먼저 제작거부에 동참하며 자리를 비웠던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은 이현주 앵커마저 떠났다. ‘뉴스광장’ 박사임, ‘뉴스토크’ 조수빈 아나운서의 자리도 간부급 아나운서들이 메웠다. 때문에 겹치기 출연이 속출했다. 아나운서실 현업총괄팀장인 이창진 앵커는 이날 ‘뉴스12’, ‘지구촌뉴스’에 ‘뉴스9’까지 진행했다. 한상권 앵커는 ‘6시뉴스’와 ‘’뉴스광장‘에 투입됐다.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작편집실의 파행 운영으로 ‘소비자리포트’는 불방됐고, ‘세계는 지금’은 MC 없이 VCR편집만으로 파행 방송됐다. 라디오의 경우 ‘황정민의 FM대행진’ 등은 진행자가 교체됐고, ‘FM풍류마을’과 ‘당신의 밤과 음악’은 결방됐다. KBS의 자체제작드라마 ‘고양이는 있다’는 영상 준비 미흡으로 다음달 3일 예정된 제작발표회를 취소했다.

노조 총파업이 장기화되면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더 시급한 문제는 6ㆍ4지방선거방송이다. 방송3사로선 선거방송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못지 않은 중요한 프로젝트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선거방송은 방송사의 역량이 총동원되는 특집 형태로 움직인다. 선거방송기획단이 조직되고, 보도국 전원이 투입해 각사마다 차이는 있을 지라도 대략 1년의 준비기간을 갖는다”며 “해당 방송의 컴퓨터 그래픽 등 각종 기술력과 인적 아이디어가 총동원되는 이벤트다”라고 설명했다. 세트 제작부터 CG, 여론조사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하는 이른바 ‘한 해 농사’는 선거 당일 단 하루의 승부로 성패가 갈린다.


MBC, SBS가 ‘선거방송 출입기자 간담회’까지 마련하며 전사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대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KBS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KBS의 지방선거방송은 아직 진행자도 결정되지도 않았으며, 그간 준비해온 그래픽과 세트 작업, 최종 리허설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선거방송 자체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될 뿐 아니라, 치열한 준비를 하고 있는 타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방송을 내놓을 것으로 비쳐진다. 


앞서 지난 27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지방선거는 국가적인 행사이자 방송사로서도 중요한 모멘텀”이라며 “시청자들이 알 권리와 즐길 권리를 제대로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방송 차질이 빚어진다면 모든 책임은 길환영 사장이 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기치를 세워둔 노조이기에 ‘공영방송의 역할’을 두고 고심을 비친 모습이었다. 이미 돌입한 총파업에 양대 노조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선거방송에 대한 사측이나 양대 노조의 내부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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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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