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시청률 30% 질주 ‘사노타’ 어떻게 ‘막장’ 피해갔나

초반 등장인물 지나치게 얽히고 설켜
‘변칙 로미오와 줄리엣’ 보는 듯
과하게 펼쳐놓은 사건 회수 못하는 과욕

양아버지를 남친 아버지로 만든 극전개
여주인공 ‘유사가족’에 묶인 피해자 전락
복수 대신 소극적 캐릭터 택해 막장 면해

KBS 1TV 일일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가 이번주 종영한다. 지난해 11월 4일 첫방송돼 7개월간 이어져온 이 드라마는 시청률 1위다. 미니시리즈가 10%의 시청률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도 ‘사노타’의 시청률은 30%를 오르내린다. KBS가 파업을 해 9시 뉴스가 17분밖에 방송되지 않아도 ‘사노타’의 시청률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노타’는 변화하는 일일극의 모습을 조금 보여주는 듯 했다. 일일극은 매번 비슷한 패턴이고 느슨한 구조였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밝고 건강한 홈 드라마라는 미명하에 결혼반대 등 갈등요소도 뻔했다. 하지만 ‘사노타’는 일일극치고는 이야기 구조가 많은 편이다. 이야기 전개의 깊이도 꽤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22년전 윤석태(강인덕) 사건을 추적해 들어가는 변호사의 업무에 관한 이야기가 꽤 많았다.

하지만 갈수록 내용이 황당해졌다. 장르드라마도 아닌 가족일일극에서 출연자들이 어느 정도 엮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건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얽힌 ‘변칙 로미오와 줄리엣’에 다름 아니다. 일일극치고는 과하게 펼쳐놓은 사건에 대한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과욕 또한 보이고 있다.

‘사노타’는 초반 공들임(다솜) 공수임(황선희) 자매가 한 남자(박현우)를 동시에 사랑하다 수임은 친구였던 태경(김형준)과 결혼하고, 현우와 들임이 커플을 이룬다. 

KBS‘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이야기 구조의 다양성과 밀도에서 변화하는 일일드라마의 모습을 담고있지만,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얽히고 설키는 구조의 전형성 또한 보이고 있다.

중반부터는 들임의 출생의 비밀과 들임 생부의 옥중 자살에 현우 외삼촌(강인덕)과 현우 아버지(선우재덕)가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로 끌고갔다. 그러다 현우가 아버지를 구하려다 고통사고를 당해 손상된 간을 이식받는 과정에서, 정자기증에 의해 태어난 현우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현우가 사랑하던 들임의 양아버지(이정길)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노타’는 여주인공 들임의 아버지의 이름이 공정남(이정길)이어서 정의를 밝히는데 집중하는 드라마인줄 알았다. 들임의 언니인 수임은 들임 생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무려 2달동안 박현우 아버지와 외삼촌의 당시 비리를 조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들임의 친아버지인 김윤식이 윤석태에 의해 사기를 당했지만, 사건은 윤석태 매제인 박범진 판사(선우재덕)의 판결에 의해 묻혀버린 게 김윤석의 옥중 자살의 이유라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여주인공 들임의 양아버지를 들임이 사랑하는 남자주인공 박현우의 친아버지로 만들어버리면서 더욱 황당해졌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드라마가 막장으로 보이지 않는 건 여주인공 들임의 소극적 태도에 기인한다. 들임은 애인의 외삼촌과 아버지에 의해 생부가 옥중에서 자살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가 자신의 양아버지가 돼 ‘유사가족’ 내에 묶여버린 최대의 피해자다. 다른 드라마 같으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복수를 한다면서 정신을 놓아버릴만한 캐릭터다. 하지만 들임은 너무나 수동적이고 온순한 캐릭터다. 진실을 밝혀줄 것을 믿고 뮤지컬 연습이나 하며 한없이 기다린다. 정말 착한 건지 바보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답답한 캐릭터다.

반면 들임의 언니 수임과 들임의 애인 박현우는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변호사인 이들은 의뢰인 한쪽에 내연녀가 있는 이혼 소송과 유산상속 소송, 관련인이 외국에 나가있으면 공소시효 기한에 포함이 안된다는 공소시효 문제, 억울한 사건에 대한 재심, 처남 매제지간의 친인척 봐주기 재판, 무죄추정의 원칙 등 소송과정을 장르드라마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일일극 치고는 꽤 자세하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수임은 초반에는 박현우에게 병적으로 집착했으나, 변호사가 되고 태경과 결혼하고부터는 전문직 종사자로서 적극적이고 매력적이기까지 한 인물이 됐다.

중년의 사랑으로 이혼녀인 수임의 고모(정자)와 노총각인 시삼촌(세준)의 로맨스는 겹사돈 문제가 끼어들고, 현실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지켜볼만했다.

‘사노타’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음악도 중요하다. “인생은 한 편의 뮤지컬이다”는 슬로건처럼 사랑과 노래, 인생이 잘 물려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청춘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인 은하수극단의 이야기가 단조로운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나리오 표절 시비로 무대가 중단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연습하는 노래와 춤은 매번 똑같았다.

뮤지컬 극단의 이은하 단장의 대사는 “자 이제 연습 열심히 하자. 공연 날이 얼마 안남았어”밖에 없었다. 들임을 괴롭히는 주연배우 나리(한민채)는 악역, 배역도 없는 신인배우 들임은 착한 역의 구조도 극단을 단조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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