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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어여오요우이….. 참 잘했어요!”
부에나팍 경찰서에 제시카가 떴다. 모범시민 제시카가 경찰서에 간 이유는? 바로 경찰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제시카는 USC에서 동양문화와 한국어를 전공하고 워싱턴대학에서 한국문학 석사, 다시 UC어바인에서 한국영화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마친 ‘엄친딸’이다.
또한 UC어바인과 워싱턴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고 현재도 개인교습을 통해 미국인들에게는 한국어를, 한인들에게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6개월 동안 ‘제시카의 아이러브 K타운’을 통해 한인타운 곳곳을 뒤지며 한국문화 탐방에 나서왔던 사랑스러운 모습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30여명의 경찰관들 앞에서 보여준 ‘선생님’ 제시카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한인 정치력 신장단체 아이캔(회장 찰스 김)과 칼스테이트LA 한인사회 연구소(소장 김효정 교수)가 주관하는 ‘한국문화 배우기’ 프로젝트에 한글교사로 초빙된 제시카가 부에나 팍 경찰서 컨퍼런스 룸에 들어섰다.
경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제시카에게 쏠린다.
‘한국문화 배우기’ 세미나에 푸른 눈의 백인여성이라니. 게다가 한글을 가르친다고 하니 다들 ‘설마’하는 분위기다.
“안녕하세요. 나는 제시카입니다”라며 또박또박 한국어로 인사를 한 후에 “이름이 뭐예요?”라며 역시 한국어로 질문을 한다.
“누구누구입니다” 라고 끝까지 문장을 완성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터프가이 경관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이름을 밝힌다. 아주 공손하게.
통성명이 끝나자 본격적인 한글 수업에 들어가는 제시카.
먼저 ‘아야어여오요우이’를 시작으로 모음을 익힌 후 자음의 발음을 하나하나 대입하는 방식으로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제시카의 놀라운 한국어 실력에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하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고등학교 때 한국인 베스트 프렌드를 따라 주말학교에 가서 한국어를 배웠고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한글은 매우 쉽고 훌륭한 언어다. 조금만 노력하면 부에나 팍에 있는 모든 한국어 간판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제시카의 말에 경관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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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우유’ ‘여우’ ‘요요’…
90분에 걸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경관들은 서툴지만 조금씩 쉬운 글자들을 읽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까’ ‘따’ ‘빠’ ‘싸’ ‘짜’ 쌍자음이 시작되자 서서히 진땀을 흘리며 어려워 한다.
“알아요. 쌍자음을 발음하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귀면 아주 매력적인 말을 들을 수 있어요. 따라 해보세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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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문화 배우기’ 프로젝트에서 제시카는 한글수업 외에도 칼스테이트LA 한인사회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김효정 교수가 진행하는 ‘한국인과 한국문화’ 강의를 경청했다.
부에나팍 경관들이 평소 궁금해 하던 한인과 한인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질문 가운데는 ‘왜 한국인들은 술을 많이 마시나?’ ‘왜 한국인들을 난폭운전을 하나?’ ‘왜 한국인들은 신고를 받고 간 경관들에게 화를 내나?’ 등이 포함돼 있어 경관들의 한인커뮤니티에 대한 이해와 상호교류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절실하게 드러냈다.
제시카는 이날 ‘한국음식과 한국 레스토랑 문화’에 대한 홍보대사도 자처했다.
갈비, 갈비탕, 잡채, 냉면, 파전 등 인기 있는 한국 음식을 소개하며 미국인들의 ‘한국 음식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혹시 한국음식점에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적이 있나? 그것이 혹 자주 테이블에 와서 필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아서였다면 오해를 풀라. 한국문화에서 밥을 먹을 때는 방해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한국 종업원들은 일부러 이것 저것 묻지 않는다. 대신 뭔가가 필요하다면 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외쳐라. 여기요~! 저기요~!”
제시카가 또 한번 청중을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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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의가 끝나고 부에나팍의 유명 한식당 ‘아리아’에서 마련한 점심식사가 제공됐다.
불고기와 잡채, 김치 등 푸짐하게 차려진 한국 음식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행사에 참여한 부에나팍 경찰서 서전(Sergeant) 마이클 경관은 “부에나 팍은 최근 한인상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많은 경관들이 한인들과 더욱 좋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 오늘 행사가 그것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모처럼 ‘교단’으로 돌아온 제시카. 이날 ‘아이러브 K타운’에서 제시카는 물 만난 고기같았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