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을 만난 4일, 마침 ‘신의 한 수’가 개봉 하루 만에 ‘트랜스포머’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새벽 4시에 잠들었다는 그의 얼굴엔 피로감이 역력했지만, 예상치 못한 오프닝 성적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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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쇼박스㈜미디어플렉스] |
▶‘신의 한 수’는 4년 공백 끝의 ‘한 수’= 올 한해 정우성보다 바쁜 배우가 또 있을까. ‘신의 한 수’를 시작으로, ‘마담 뺑덕’, 제작과 주연을 겸한 ‘나를 잊지 말아요’까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실 그는 작품 활동에 목말라 있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호우시절’(2009)도 하긴 했지만, 의도치 않게 4년이라는 공백이 생겼다. 마침 그 시기에 한국영화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새로운 후배들이 올라오면서 내 공백이 더 길게 느껴졌다.”
정우성은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신의 한 수’였다. 촬영 개시가 늦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7월 개봉한 ‘감시자들’(2013)보다 먼저 선택한 작품이었다.
“우선 ‘내기 바둑’이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바둑을 모르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바둑이 소재인 액션영화이기 때문에, 액션을 거칠게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컸다.”
▶“액션 고수? 무조건 연습하는 것 뿐”=정두홍 무술감독이 과거 한 인터뷰에서 정우성을 ‘아시아 최고의 액션배우’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정우성은 손사래부터 쳤다. “난 액션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몸을 사리지 않고 하는 수 밖에 없다. 액션이 시나리오에 나오면 무조건 많이 연습한다. 결국 연습이 표현의 완성도를 높이는 최고의 길이다”고 그는 설명했다.
‘신의 한 수’가 액션의 무게감이 크긴 하지만 ‘바둑’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사실 정우성은 바둑을 전혀 모른다. 프로 바둑기사들을 만났을 때 ‘바둑을 알려달라’고도 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바둑사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같은 수의 바둑이 둬진 적이 없다고 하더라. 단기간 배워선 그 깊이를 만들어낼 실력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바둑에서 ‘착수’(바둑돌을 내려놓는 것)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길래 거기에 매달렸다. 사람들이랑 얘기할 때도, 밥을 먹을 때나 술자리에서도 계속 바둑돌 놓는 연습을 했다.”

▶“연기 20년차, 요즘 가장 재밌다”=액션과 착수 연습에 매진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 남자의 지치지 않는 연기 열정의 원동력이 궁금해졌다. “연기 20년 차에 아직도 연기가 재밌느냐”고 물었더니 놀라운 답이 나왔다.
“사실 요즘 가장 연기가 재밌다. 농담처럼 ‘20년된 준비된 신인’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한다. 이제 정말 잘 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 20년 전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덤볐다면, 이제는 뭔가 알고 준비가 됐으니까… 앞으로의 20년은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미 향후 20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스타인 만큼,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심이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배우들이 관심과 사랑을 먹고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자아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조바심보다, 내가 캐릭터를 충실히 해내다보면 진정성이 전달될 거고 팬들이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난 원래 인생의 고수”=‘신의 한 수’에 이런 대사가 있다. “삶이 고수에게는 놀이터, 하수에게는 지옥”이라고. 그렇다면 ‘배우’ 정우성이 아닌 ‘인간’ 정우성은 ‘고수’일까 ‘하수’일까.
“난 원래부터 고수였다.(웃음) 부정적인 상황도 그냥 받아들이는 거다. 워낙 어릴 때부터 혼자 세상에 나와 있다보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해’라고 낙담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집이 가난한 거지 내가 가난한 건 아니니까’라는 식으로.”
정우성은 배우 인생에서 ‘패착’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긍정 전도사’다운 답변으로 일관했다. “인생에서 패착이란 없는 것 같다. 패착이라고 여기는 순간 정말 패착이 되는 거고, 생각하기에 따라 모든 한 수가 ‘행마(바둑에서 원래 있던 돌 주변에 새로운 돌을 놓아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가 될 수 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그는 ‘인생의 고수’다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내 인생의 ‘신의 한 수’는 ‘오늘’인 것 같다. 오늘 어떻게 마음 먹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삶도 바뀔 수 있고 앞으로의 삶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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