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크리스말로윈‘ 콘서트, 서태지의 진정성 봤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5년이 굉장히 빨리 지난 것 같기도 하고 인생도 빨리 지난 것 같다. 잘 살아오고 있죠? 여러분이 좋아했던 90년대 스타들이 많은데 우리의 별이었던 스타와 여러분의 인생도 저물어가고 있다. 한물 간 별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드린다.”

18일 밤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 콘서트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꼽자면 단연 서태지의 멘트였다.
자조적일 정도로 스스로를 내려앉힌 모습에 가슴 한켠이 시큰했다.

5년만에 팬들과 만난 서태지는 떨림과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보고 싶었다‘는 말을 반복했고,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팬들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서태지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여러분을 보니 그냥 너무너무 좋다“며 짧은 단어로 감정의 무게를 담아냈고 팬들은 ’서태지‘를 연호했다.

할로윈 파티를 연상시키는 세심한 장식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서태지는 파티를 팬들과 함께 즐겼다.
서태지는 5년전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곳으로 초대하는 곡, ’모아이‘로 문을 열었다. 이어 9집 ’콰이어트 나이트‘의 선공개곡 ’소격동‘ 콜라보로 관심을 모은 아이유와 처음으로 ’소격동‘을 함께 불러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으로 분위기를 이어가다 서태지는 ’버뮤다 트라이앵글‘을 선보인 뒤, 과거 히트곡을 선보이며 내달렸다. ’내 모든 것‘ ’시대 유감‘을 폭발시키며 몸을 푼 그는 이번 신보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며, 호러 동화분위기의 ’숲속의 파이터‘를 들려줬다. 


서태지가 ’응답하라 1994‘로 최근 큰 사랑을 받았던 ’너에게‘를 부를 때 팬들은 함께 부르며 달아올랐다. 서태지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며 “’응답하라 1994‘ 여러분들도 봤냐. 느낌이 새로웠고 생각도 많이났다”며, 오리지널 버전을들려드리겠다며 특유의 감칠맛 나는 목소리로 ’너에게‘를 선사했다.

서태지는 이번 공연에서 스윙스, 바스코와 함께 콘서트 마무리 무대를 화려하게 꾸몄다. 에너지 넘치는 스윙스와 바스코의 랩에 맞춘 서태지의 대표곡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 는 독특했다. 서태지는 “이제 몸이 풀렸는데 끝이네요 젠장”이란 말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대의 불이 꺼지고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 서태지는 다시 무대에 서 ‘테이크 파이브’로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날 공연은 사운드에 꽤 신경 쓴 듯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콘서트의 감동은 노래를 매개로 가수와 직접 만나는 데 있다. 부르는 노래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편집된 모습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노출되는 비언어들에 의해 팬들은 더 가까이 느끼고 뜨거워진다.

이번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 공연은 팬들을 대하는 서태지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마치 긴 세월 이꼴 저꼴 보며 지내온 부부처럼 서태지는 팬들에게 스스럼 없는 모습을 보였다, ’대장‘이란 호칭이 무색하게 허세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랫동안 몸이 굳지 않았냐”며 잘 보이고 싶은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팬들은 이날 서태지의 진면목을 만났고 서태지와 팬들의 사랑과 추억은 더 깊어진듯 보였다.(사진 서태지컴퍼니 제공)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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