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가요계를 관통한 말이다. 개성있는 가수들이 함께 작업하는 콜라보가 대세를 이루면서 일년 내내 가수들은 ’짝찟기‘하느라 바빴다. 서로 다른 쟝르간 결합, 개성이 다른 가수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소리는 대중의 귀를 즐겁게 했다. 콜라보 붐의 첫 포문을 연 소유와 정기고의 ‘썸’의 파급력은 컸다. 두 달 가까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우며 ‘썸’신드롬을 일으켰다. 대중가요는 사회 정서와 함께 간다. 대중들의 마음에 스미고 반향을 일으키면서 파급력이 커지게 된다. 인기가요를 보면시대의 트렌드가 보이는 이유다. 올 한 해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음악사이트 멜론의 월간 차트를 통해 찾아보고 사회현상과 어떻게 맞물렸는지 짚어봤다.
#‘렛잇고’ 열풍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데에는 OST ’렛잇고’(Let It Go) 열풍이 한 몫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OST를 찾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돌면서 ‘렛잇고’는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가수들은 너도 나도 ‘렛잇고’ 커버 영상을 선보이며 가창력 경쟁을 벌였고 일반인들도 SNS를 통해 ‘렛잇고’ 커버 열풍에 가세했다.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적인 후렴구는 치명적이었다. 그렇다고 ‘렛잇고’ 열풍이 노래의 매력만으로 일궈진 건 아니다.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의 신선한 캐릭터가 더욱 대중의 마음을 얻었다. 엘사는 두려움에 떨던 방에서 뛰쳐나가 얼음왕국을 만들며 노래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 속박했던 주변 사람들의 평가나 마음속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의 한계를 시험하고 돌파하겠다”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충동였던 이 장면은 특히 20,30대 여성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주위의 시선과 틀에 맞춰 전전긍긍하며 자기 삶의 주인 자리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엘사의 외침은 울림이 컸다.

#청춘 남녀들의 ‘썸’타기=“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네 거 같은 나”
수수께끼 같은 이 한마디에 청춘들은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봤다. 그제야 자신의 사랑이 ‘썸’인걸 깨달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썸’을 올 한 해 문화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상품으로 꼽았다. 썸 문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는 20,30대, 김 교수는 이들을 결정장애족이라 부른다. 대학생이거나 취업 준비생, 사회초년병으로 아직 사회적 결정권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불확실성속에서 결정장애에 시달리며 자기감정조차 확신할 수 없는 이들이다. 그러니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서로 ’간‘을 보며 아술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SNS상에서의 소통에 더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현실에서의 접촉이 서툴고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걸그룹 씨스타 소유와 힙합 보컬 정기고의 듀엣곡 ‘썸’은 이런 세태를 반영, 지난 2월 7일 발매된 이후 2달 가까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다이어트 열풍 이끈 ‘예뻐졌다’=외모가 경쟁력의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다이어트와 성형은 자기관리의 척도가 된 지 오래다. 지난 2010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2’에서 퉁퉁한 몸매로 등장한 고등학생 소녀 박보람이 2014년 걸그룹 미모로 돌아온 건 충격이었다. 온전히 다이어트로만 만들어진 미모, 32Kg이라는 어마어마한 고통의 무게가 따랐다. 박보람은 자신의얘기를 담아 지난 8월 데뷔 싱글 ‘예뻐졌다’를 발매했다. 제목처럼 예뻐진 박보람은 자신이 실제 겪었던 다이어트 고충, 달라진 모습으로 얻어진 자신감을 노래에 담아냈고 대중들은 그 진정성과 노래의 상큼함에 박수를 보냈다. 블락비 지코의 피처링도 감칠맛을 더했다. “오빠가 좀 뜸했었지, 이미 훌륭했지만 이렇게 여신이 될 줄이야”라며 전에는 관심 없었지만 다이어트로 예뻐진 후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반응을 재치있게 담아냈다. 바나나 2개 계란 1개 다이어트, 과일 고기 극과극 다이어트 등 다양한 다이어트 비법이 소개되며 여름을 달궜다.

#추억 소비=90년대 레전드의 귀환은 가요계를 풍요롭게 했다. 추억은 구체적인 장소와 만날 때 더욱 아련하면서 선명해진다. ’문화대통령‘ 서태지는 어린날 추억의 장소 ’소격동’을 소환, 아릿한 감성을 선사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린 날 소격동에 대한 따뜻한 추억과 엄혹했던 80년대 사회상의 교차는 잃어버린 시간과 잊혀진 문화를 단숨에 끌어왔다. 신촌은 청춘과 동의어다. ‘신촌을 못가’는 포스트맨이 2013년 발매한 곡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사운드가 특징인 애절한 발라드다. 옛사랑의 추억이 살아있는 거리를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절절이 담긴 이 노래는 발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지난 9월 ‘슈퍼스타K6’의 참가자 임형우가 부르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쟁쟁한 가수들 틈에서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현재까지도 급변하는 음원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롱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요계에 잔잔하게 부는 ‘위로’의 바람=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유난히 힘겨웠던 한 해를 보내면서 잔잔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노래들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7년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유희열 토이 정규 7집 ‘다카포’에 실린 ‘취한 밤’은 故 신해철의 죽음 앞에서 쓴 곡으로 “모두들 잘살고 있나요 괜찮은 건가요…정말 고맙고 또 미안해요 우리 아프지만 마요”라며 안부를 묻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박효신은 새 싱글 ‘해피투게더’를 통해 위로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조금 더디면 어때? 어디든 좋아, 한걸음씩…해피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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