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 이준호 “임팩트 없는 얼굴, 데뷔 땐 걱정했지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이십대 중반을 넘어섰는데도 이준호의 눈웃음은 여전히 풋풋하다. 모성애를 자극하면서도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얼굴은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힘이 있다. 어깨에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털어내기 충분했다.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ㆍ제작 ㈜영화나무ㆍ공동제작 ㈜아이에이치큐) 속 이준호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스무살이자, 가장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청년, 그 자체였다.

‘스물’의 ‘동우’는 갓 스무살에 세 동생과 엄마를 부양하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면서도, 만화가의 꿈을 향해 쉼없이 달린다. 일찌감치 철든 동우이지만 치호(김우빈 분), 경재(강하늘 분)와 함께 있을 때면 영락없는 좌충우돌 스무살이다. 사실 동우는 다른 두 친구에 비해 눈길이 덜 가는 캐릭터일 수 있지만, 이준호는 그 점을 개의치 않았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하이톤을 김우빈, 중간 음을 강하늘, 가장 무거운 음을 자신이 맡은 것이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동우라는 캐릭터의 현실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게 상당한 고통이잖아요. 그 부분에서 공감대를 가져보고 싶었어요. 동우가 가진 아픔만큼은 아니지만 저 역시 연습생 시절에 가수를 포기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동우에게 더 몰입할 수 있었죠. 또 장르물인 전작(‘감시자들’, ‘협녀: 칼의 기억’)에서 힘이 들어갔던 부분이 있다면, 이번엔 힘을 빼고 연기하면서 나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관객 90%가 ‘스물’의 에피소드에 공감한다면, 정작 이준호는 나머지 10%였다. 그의 스무살은 평범하지 않았다. 연습생 꼬리표를 떼고 막 데뷔해 정신없이 바빴던 시기였다. 성인이 된 자유를 만끽하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는 스무살은 그에게 다른 세상의 얘기였다. 다행히 이번 작품을 통해 평범한 스무 살을 간접 경험하고 대리만족도 했다. 게다가 김우빈, 강하늘이라는 말 잘 통하는 동갑내기 친구까지 얻었다.

“셋이 동갑이다보니 과거 유행에 대한 경험도 비슷하잖아요. 학교 앞 불량식품이라던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들을 이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들떴죠. 자리나 환경 때문에 새 친구를 사귀는 게 점점 힘들어요. 이번 기회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 생겨서 좋죠.”

아이돌 그룹 2PM으로 8년여 간 활동하면서 이준호는 때때로 그룹의 일원일 수 밖에 없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 개인 활동으로 인기나 부를 얻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이준호’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우연히 ‘감시자들’로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 이준호는,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그렇게 이준호는 충무로의 유망주로 단 번에 떠올랐고, ‘협녀: 칼의 기억’에 출연한 데 이어 ‘스물’에선 주연 자리를 꿰찼다. 


“사실 가수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엔, 제가 3분 안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얼굴이 아니라 걱정이 많았어요. 물론 무대 화장으로 보완이 가능했지만, 마음 속에선 아쉬움이 있었죠. 영화를 하면서는 오히려 그런 얼굴을 선호해주시니까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연기력이 받쳐준다면 여러 장르에도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준호는 최근 연기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지만, 노래하는 무대에 대한 애착과 열정도 여전하다. 연기자로선 이제 갓 ‘스물’을 살고 있다면, 가수로선 데뷔 8년 차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엔 작곡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며, 그는 아이돌의 생명에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깨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화 선배들도 그렇고, 일본의 스마프 같은 아이돌을 보면서 스스로 꾸준히 가꾸고 노력한다면 오래 사랑 받으며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서 개인 활동도 많이 생길 거고 어린 친구들처럼 많은 무대에 설 기회는 없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평생 노래하고 춤 추자고 멤버들과 약속했어요. 노래와 연기 모두 오래하고 싶어요. 주위에선 끝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너무 즐거우니까 아직은 두려움보단 무작정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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