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어른들을 위한 동요’는 없습니다. 이번 옥상달빛의 새로운 싱글을 들으실 때엔 반드시 트랙 리스트 순서대로 들으세요. ‘희한한 시대’ 보다 앞선 트랙에 담긴 이 곡의 내레이션 버전을 지나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밝은 편곡과 유려한 멜로디에 속아 의미심장한 가사를 흘려 넘길 테니까요. 이 곡의 가사는 올해 들어 발표된 모든 노래의 가사들 중 가장 슬프고 섬뜩합니다.

옥상달빛은 이른바 ‘힐링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그동안 옥상달빛이 들려준 곡들이 ‘힐링 음악’이었는지조차도 기자는 의문입니다. 앨범을 가지고 계시면 재킷에 담긴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세요. 대부분의 가사들이 담담하면서도 대단히 직설적이거든요. 옥상달빛의 대표곡 ‘하드코어 인생아’를 살펴볼까요? “그냥 살아야지 저냥 살아야지/죽지 못해 사는 오늘/뒷걸음질만 치다가 벌써 벼랑 끝으로”. 동화 같은 멜로디에 속지 마세요.
이 곡의 가사를 쓴 박세진은 “독립해 살기 시작한 이후 2년 마다 집을 옮기는 세입자 신세인데 주거비용이 저축하는 금액보다 너무 빨리 올라가는 현실에 화가 났다”며 “문득 70년대에 발표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생각나 다시 읽어보니 소설 담긴 이야기와 지금의 현실이 물가 외엔 달라진 것이 없는 걸 보고 우린 정말 희한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더군요. ‘힐링’으로 ‘힐링’이 되지 않는 시대라는 사실을 옥상달빛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옥상달빛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희한한 세상에서 사느라 힘들지? 실은 나도 지겹고 힘들어”라고.

▶ 보아(BoA) ‘후 아 유(Who Are You)= “Who Are You Stranger?/Can’t Stop Thinking of You/잡힐 듯 사라지는 모래같이 항상 그래/People Say That Love is All The Same/특별한 너 답도 없는 너 Who Are You”
‘아시아의 별’ 보아는 올해로 데뷔 15년차를 맞았습니다. 넓은 음역을 가진 탁월한 보컬과 강렬한 퍼포먼스,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 보아가 오랜 시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속칭 ‘완전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역량 때문이죠.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아이돌들은 누구나 아티스트로 도약하는 꿈을 꿉니다. 보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사ㆍ작곡ㆍ편곡부터 프로듀싱까지. 보아는 2년 9개월 만에 내놓는 신보인 정규 8집 ‘키스 마이 립스(Kiss My Lips)’의 모든 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앨범의 선공개곡 ‘후 아 유’는 보아의 성공적인 복귀와 더불어 전작 ‘온리 원(Only One)’에서 드러냈던 자의식의 본격화를 알리는 작품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오랜 경력을 가진 가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감정을 과잉하지 않고 목소리에서 힘을 빼는 것이죠. 여기에 다이나믹듀오 개코의 노련한 피처링. 그루브를 강조한 기타와 베이스 연주와 간결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비록 편곡에 있어선 많은 조력자들이 있었지만, 이를 프로듀서로서 진두지휘한 사람은 보아입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이사라는 직함은 거저 얻은 게 아니란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드는 곡입니다.
※ 살짝 추천 싱글
▶ 양희은 ‘엄마가 딸에게’= 44년 차 가수와 여성 래퍼의 예상치 못한 조합 그리고 아름다운 조화. “공부해라”도 아닌, “성실해라”도 아닌, “사랑해라”도 아닌 “너의 삶을 살아라”란 말. 실은 자녀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고, 또 엄마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이 아닐까.
▶ 장혜진 ‘나의 태양’= “사랑하니까/넌 나의 태양이니까”. 어머니에게 우린 정말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였던 것일까. 딱히 슬픈 가사도 멜로디도 아닌데 마음을 흔드는 목소리. 이 노래에 장혜진을 대신해 집어넣을 목소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양희은과는 또 다른 감성의 모성.
▶ 원혁(Wonhyuk) ‘아이 시 유(I See You)’= 밴드 판타스틱 드럭스토어 시절을 닮은 듯 닮지 않은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사운드, 그리고 우울한 감성. 밴드의 보컬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 원혁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걷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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