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데이의 이번 사안은 새로운 매체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데서 오는 미숙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걸스데이가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는 자주 출연해봤지만, 새 앨범을 내고 컴백 매체로 실시간 온라인 방송(아프리카TV의 ‘최군 TV’)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걸스데이도 지상파와는 다른,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리얼리즘이라는 명제 아래,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하던 자유분방함을 그대로 방송에서 보여준 부분이 있다.
가령, 혜리와 유라가 밀착해서 앉아있는 모습이나 물려고 하는 모습, 민아가 최군에게 “바보”라고 하는 모습은 지극히 사적인 모양새이고 어법이다. 이렇게 자기들끼리 까불거리며 놀았다면 문제될 게 조금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 해도 영상으로 그런 모습을 본 대중들은 개운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만으로 인성이 잘못됐다고 단정짓는 건 무리가 있다.
걸스데이가 지상파보다는 훨씬 더 사적인 매체로 소통 방식을 이동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돌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지상파도 아닌 이런 매체에 출연하면서 잔뜩 주눅이 들어있으면, 보기 좋을 리 없다. 최대한 자유롭고 편안하게 말하고 행동하되 대중에게 버릇없게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선을 유지해야 한다. 인터넷 방송도 방송이다. 이 경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걸그룹은 이런 부분이 대중에게 미묘하게 다가간다. 좀 더 강하게 하기 위해 혜리가 “방송이 재미없다”는 네티즌 댓글에 대해 “너희가 더 재미없어”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썰렁하다. 혜리가 버릇이 없는 게 아니다. ‘마리텔’을 조금 더 공부하면 해결될 문제다.
아프리카TV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마리텔’에서 이은결이 마술을 시도하려고 하면 “(또) 사기”라는 댓글이 올라온다. 그럴때 이은결이 “너희들이 더 사기야”라고 하면 되겠는가?
공적 영역에서 걸그룹 가수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직업이지만, 대중을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순기능까지 수행한다. 피로회복제 같은 역할을 겸한다. ‘비타500’의 광고 모델이 왜 수지일까를 보면 알 수 있다.
걸그룹도 화나면 싸우고 언쟁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매체를 통해걸그룹이 화를 내는 건 보고싶지 않다. 따라서 소진이 최군이 만두가 담긴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계속 내려놓는 등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은 결코 보고싶은 그림이 아니다. 리얼하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걸스데이가 ‘링마벨’이라는 가사가 10번도 더 나오는 후크송을 부르는 모습은 여전히 귀엽고 상큼하다. 걸스데이가 10일 오후 9시 다시 아프리카TV의 ‘최군 TV’에 출연해 해명과 사과를 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낯선 미디어 환경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니 한 번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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