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인터넷 은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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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모터스의 자동차 대출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앨라 뱅크. 최근에는 적금, 대출 그리고 CD 등 거의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온라인으로만 제공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연내 1~2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예비인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주 한인 및 금융기관 관계자 사이에서도 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은행 설립 여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은행,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인터넷 뱅크의 설립 필요성이 논의되는 것은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테블릿 등 각종 기기가 생활화 되면서 기존 은행 지점에 대한 필요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이제 은행에 가지 않고도 대부분의 업무를 클릭 한두번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영어에 능통한 한인 1.5세나 2세들의 경우 한인은행 자체를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 은행이 지점을 통합 폐쇄하면서 온라인 뱅킹을 강화하는 이유다. 하지만 온라인의 필요성이 강화됐다고 해서 반드시 인터넷 은행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은행의 시초와 성공 모델을 돌아보고 이어 한인 금융 전문가들의 전망을 들어보자

▲인터넷 전문은행은 언제 어디서 시작?

세계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난 1995년 10월 미국에서 설립된 SFNE(Security First Network Bank)다. 이어 1997년에는 넷뱅크(Net Bank)가 IPO에 성공했다. 현재는증권사 찰스 스왑이 세운 찰스스왑 뱅크, 크레딧 카드 사 디스커버가 설립한 디스커버 뱅크, 제너럴 모터스의 앨리 뱅크, 프린시플 파이낸셜 그룹의 프린시플 뱅크 그리고 BMW의 BMW뱅크 등 약 20개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기존 은행이 아닌 비은행금융회사 및 제조업체의 금융계열사 주도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되는 추세다. 2013년 기준 미국 인터넷 은행은 총자산 4400억 달러로 전체 상업은행 총자산 대비 3.1%, 순영업이익 7.2억 달러로 전체 상업은행 순영업이익 대비 5.1%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의 경우 1998년 10월 첫 인터넷 전문은행인 에그뱅크와 영국 HSBC가 설립한 ‘HSBC Direct’이 성업중이며 스페인은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이 설립한 ‘Open Bank Santander Consumer’ 이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출범한 재팬넷뱅크가 그 시초로 SMBC과 야후재팬이 합작한 재팬넷뱅크, 미츠비시도쿄UFJ은행(BTMU)과 통신사인 KDDI가 50%씩 출자한 지번뱅크 그리고 전자 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세운 쿠텐 뱅크등 약 8개 은행이 운영중이다.

▲인터넷 은행의 차별성?

미국과 일본 모두 문서로 이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 은행 설립시 그 특화분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반 은행과 똑같은 업무를 볼 수는 있지만 특화분야가 없다면 인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뜻이다.실례로 제너럴 모터스의 자동차 대출로 성장한 앨리뱅크의 경우 차량 구매, 리스 대출, 그리고 크레딧 카드를 전문 분야로 내세웠고 학자금대출 정부지원기업 살리매 뱅크는 학자금대출 등 교육관련 대출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프린시플 파이낸셜그룹의 프린시플뱅크는 틈새 시장을 파고 들어 성공했다. 기존 고객에게 건강보험상품과 결합한 통장계좌를 제공해 그 기반을 다졌다.

일본의 라쿠텐 뱅크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 특성에 맞게 전자상거래, 해외송금, 전자화폐 등 지급결제업무로 성공했다. 한인 금융권에서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려 한다면 위의 사례처럼 무엇인가 기존 은행과 다른 서비스를 개발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만일 한인은행이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려면 인터넷 전문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은행 운영 경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기존 은행 고객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은행의 필요 여부 의문

모 한인은행의 관계자는 한인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기존 한인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뱅킹으로도 예금, 대출, 계좌 이체 및 확인 등이 다 가능한 상황에서 인터넷 은행이 어떻게 다른 서비스를 보일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기관 관계자 역시 한인 인터넷 은행의 미래에 비관적인 의견이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분야라면 자동차, 학자금, 모기지 그리고 프린시플 은행이 선보인 건강보험상품과 저금을 결합한 통장계좌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인금융권의 인터넷 은행이 과연 미국 인터넷 은행이나 한인은행들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은행의 현황과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인 인터넷 은행의 설립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모 금융권 관계자의 경우 벤쳐 기업 전문 대출 기관을 세운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인 벤쳐 설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들 한인 창업자들만을 겨냥해 기술과 특허를 가진 우수기업을 선발한다면 그 볼륨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게 이 관계자의 판단이다. 단 벤쳐 대출의 경우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높고 기업이 가진 기술의 미래 전망을 판단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장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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