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의 무비 Q&A] 영화 ‘베테랑’의 제목은 왜 ‘베테랑’일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ㆍ제작 ㈜외유내강)의 1000만 기록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암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탄생하기까지는 불과 80만 관객 만이 남았다. 이번 주 중 ‘베테랑’이 축포를 터뜨릴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베테랑’의 흥행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태연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응징당하는 결말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과 조태오가 명동 한복판에서 난투극을 벌일 때, 주위 시민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이를 촬영한다. 이 장면은 밑바닥까지 추락한 조태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 그의 몰락을 예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베테랑’ 1000만 돌파를 앞두고 만난 류승완 감독은 이 장면을 언급하면서 “기분 좋게 읽었던 일반 관객의 리뷰 중 하나가 마지막에 시민들이 폭행 현장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있는 것, 그것 만으로도 굉장히 큰 일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그게 제가 원했던 바”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현실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나서긴 힘들 수 있어도, 적어도 눈을 부릅뜨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암살’에서 안옥윤(전지현 분)이 항일운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계속 알려줘야지”라고 설명했던 대목을 떠올리게도 한다.

‘베테랑’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전문가’를 뜻한다. 이를 영화의 제목으로 채택한 류승완 감독의 의도는 이러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숙련된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는 것,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손을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을까.” 서도철을 비롯한 경찰들은 범죄자를 잡는 일에 충실하고, 검찰은 정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사법부는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평범한 다수의 시민들은 부패권력을 감시하고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베테랑’이 되는 것이, 조태오와 같은 ‘괴물’이 활개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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