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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일반 수요자의 시각과 전문가 그룹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남가주 한인부동산협회(회장 케니 조)가 지난 25일 LA 옥스포드 팔래스 호텔에서 개최한 ’2015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동향 및 전망’ 특별세미나에서 드러난 현상이다. 300여명이 참관해 자리를 가득 메운 이 세미나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일반인(잠재적 구매자), 투자자, 건설업계 그리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관점이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일반 수요자들은 집값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컸다. 그들은 가격이 계속 오르는 만큼 지금이라도 집이나 건물을 매입하면 수년래 투자 가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미나 현장에 참석한 한인 정모씨(자영업)는 “지금이라도 빨리 주택이나 건물을 사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매입해서 차압만 당하지 않으면 결국 목돈이 생기지 않겠는가. 모기지 금리가 지금보다 오른다면 건물을 살 기회를 놓치게 될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시장의 미래를 낙관하는 자세였다.
그러나 전문 투자자와 은행은 정반대의 시각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것이다. 그들은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을 뜻하는 캡레이트를 지적했다. 캡 레이트는 순운영수입을 뜻하는 NOI(Net Operating Income)를 구입가격으로 나눈 수치다. 실례로 연간 NOI가 9만달러인 빌딩을 150만달러에 샀다면 이 건물의 캡레이트는 6%다. 소유주 입장에서는 캡레이트가 높을 수록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캡레이트 5% 이상이면 우수한 수익률이다. 특히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 주요대도시는 요즘 캡레이트 4%를 넘기는 건물을 찾기조차 어렵다. 캡레이트가 3%를 조금 넘는 곳도 많다. 이것은 곧 일반 수요자들이 보는 만큼 부동산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금을 대출하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건물은 곧 위험군에 속한다.
이 세미나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은행들의 방향 및 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한미은행 금종국 행장은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건물가격이 높고 캡레이트가 낮은 곳에 대출을 줄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부동산 수익률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셈이다.
전문 투자자들도 “지금은 주택이나 건물을 살 시기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가격이 다시 떨어질 때를 기다리거나 차압 등으로 나온 저가 매물을 노려보는 전략이 낫겠다”라고 말했다.
개발업체나 건설회사 등은 중간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일단 집을 짓는다면 쉽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라며 “하지만 토지를 매입하거나 건설관련 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는게 생각보다 쉽지않다. 잠재적인 구매자의 입장에서라면 지금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보지만,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막상 대형 프로젝트에 뛰어드는게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 로케이션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하되 그 규모는 가능하면 작게 가져가는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신규 건축 보다 재개발 사업을, 개인주택 보다는 부대시설이 좋은 콘도나 타운 하우스가 더 좋다는 게 개발업계의 전반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세미나에서 USC 러스크 부동산 연구 센터의 로드니 남차란 교수는 ‘연준통화정책 전망 및 향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한 강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됐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모기지 대출에서 베이스 포인트가 25 가량 오를 것이 유력하다. 이것은 25만달러를 대출했다고 가정할 경우 페이먼트가 지금보다 35달러 늘어난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변화라고 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