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전 7억 손해 본 ‘이터널 선샤인’, 어떻게 부활했나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이 정도 흥행은 전혀 예상 못 했어요. 열심히 해서 ‘말할 수 없는 비밀’ 기록만 넘어보자 했었죠.”

주원주(59) 노바미디어 대표의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노바미디어는 최근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의 배급사다. 역대 재개봉 최고 흥행작인 ‘말할 수 없는 비밀’(5만8000여 명)의 기록을 넘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느덧 두 배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이다.(17일 현재 누적 관객 수 13만8000여 명) 심지어 2005년 개봉 당시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한 상황이니, 주 대표는 어깨춤이 절로 날 법 했다.

사실 주 대표는 10여년 전 ‘이터널 선샤인’을 수입한 회사(씨맥스픽쳐스)의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이다. 대개 외화의 판권 계약 기간은 7~10년인데, ‘이터널 선샤인’은 이례적으로 2018년 5월까지 기한이 남아 있었다. 이에 주 대표가 씨맥스픽쳐스로부터 영화를 넘겨받아 재개봉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 친구가 영화 개봉하면서 6~7억 정도 손해를 봤어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실패하면서 타격이 컸죠. 그러면서 영상업을 떠나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이터널 선샤인’을 찾아보게 됐는데 마침 그 친구가 했던 영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 홍보하고 배급해 보겠다고 했죠. 이 친구도 자기가 샀던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까 ‘꼭 성공시켜달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판권 기한이 남아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얼렁뚱땅 재개봉에 이른 건 아니다. 주 대표는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확신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는 철저한 사전 조사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는 개봉 당시부터 최근까지의 모든 관련 기사와 댓글을 샅샅이 찾아봤다고. 그 결과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배우들을 비롯한 연예인 70~80명 가량이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이터널 선샤인’을 꼽았던 것이다. 유명 인사 뿐 아니라 네티즌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재개봉을 추진하는 데 동력이 됐다. 주 대표는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의 힘에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개봉 당시엔 짐 캐리가 코믹한 부분이 강하다보니 관객들이 그런 기대를 가지고 갔다가 영화를 어렵게 느낀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영화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탔을 때 탄력 받아서 바로 개봉했어야 했는데, 그보다 한참 늦어진 것도 아쉽죠. 당시엔 미셸 공드리 감독도 크게 지명도가 없었어요. 영화 관련 기사와 댓글을 다 읽어보면서, 그간 관객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흥행이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10개 관 정도로 작게 (개봉)해볼까 하다가, 나름대로 자신이 생겨서 제대로 해보자 싶었죠.”

개봉 시기가 좋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주 대표는 당초 10월 정도로 재개봉 시기를 생각했는데, CGV 측에서 ‘10주년에 맞춰서 개봉하면 어떨까’ 제안했던 것. 10주년의 의미가 더해진 데다, 마침 극장가에 멜로 장르가 실종됐다는 점에서 이를 원하는 수요를 끌어당긴 면이 있다. 크고 작은 외화들의 홍보를 맡아온 올댓시네마의 홍보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고 주 대표는 말했다.

주 대표는 흥행을 일굴 수 있었던 요인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도 “잘 되고 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엔 하늘이 도왔지 않나 생각한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5월에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원작인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수입, 배급했어요. 영화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했죠. 이번 ‘이터널 선샤인’의 흥행으로 그 때의 실패를 보상받는 기분이랄까.(웃음) 요즘 재개봉 열풍이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결국엔 ‘영화의 힘’이 아닌가 생각해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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