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은행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꼴이다.
미주 한인은행 가운데 나스닥 상장 3대은행의 트로이카 체제에서 나름대로 최초의 한인은행이라는 자부심이 컸던 한미은행이다. 이제 123억달러짜리 빅뱅크에 비해 자산규모가 1/3에 불과하다. 자산 10억달러 이하 규모인 마이너 그룹 한인은행들을 한미가 통합한다고 해도 80억달러를 넘볼까 말까하다.
무엇보다 BBCN과 윌셔은행이 합병 논의 단계를 한참 지나 외부 투자은행과 전문기간에 용역을 줘 실시한 실사 보고서를 검토할 무렵에야 부랴부랴 합병조건을 공개하는 등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더욱 스타일을 구겼다. 한미는 특히 7일 오전 BBCN이 윌셔와 합병을 공식발표한 지 1시간여만에 성명을 내놓는 의외의 자세를 보였다. 한미는 성명에서 “BBCN이 더 열등한 조건에 윌셔와 합병한다는 소식에 놀랐다” “BBCN측이 윌셔와 합병발표를 하기 전 우리와 한번도 협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스러우며 이는 BBCN이사회가 직무성실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기업간 인수합병 시장에서 이같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월스트릿의 투자가들은 물론 LA타임스 등 주류미디어도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한미에 대해 신사적이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BBCN 케빈 김 행장겸 이사장도 한미측에 대해 심기가 편치 않음을 드러냈다. 그는 통합발표 회견장에서 “우리는 윌셔와 실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한미는 제안 자체를 양측의 합의에 따른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공개했으며 제시한 조건도 구체적으로 검토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행장은 “한미가 전례없이 조건 공개한 마당이어서 윌셔측 조건과 비교하기는 했다”라며 “그래도 윌셔와의 합병은 확실하고도 위험이 적은 것이었지만 한미측의 제안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BBCN측은 한미은행측의 제안 내용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미측의 공개제안에 따르면 프리미엄을 얹어서 BBCN을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는 대목이다. 케빈 김 행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프리미엄을 주고 윌셔를 인수하고 있다”라며 “한미측이 우리가 BBCN을 윌셔에 할인가격에 팔았다는 식으로 각색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어쨌거나 한미는 ‘다 된 남의 밥에 재 뿌리기’하더니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상장은행 답지 않은 행동으로 이미지만 구긴 채 ’1위와 거리가 먼 2위’로서 또다른 생존전략을 궁리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황덕준·최한승 기자




